결국 두 명 모두 놓쳤다. 주전 포수도, 4번타자도 팀을 떠났다.
LG는 FA 자격을 얻은 포수 유강남과 1루수 채은성을 떠나 보냈다. 팀내 주요 FA를 한 명도 붙잡지 못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시리즈 우승 목표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팀의 행보로는 앞뒤가 안 맞다.
지난 21일, 유강남은 롯데와 4년 최대 80억원(계약금 40억원, 연봉 34억원, 옵션 6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22일에는 채은성이 한화와 6년 최대 90억원(계약금 36억원, 연봉 44억원, 옵션 10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FA 시장 개장에 앞서 LG는 유강남과 채은성 모두 붙잡는다는 계획이었다. LG는 플레이오프 탈락 이후 류지현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고, 염경엽 신임 감독을 영입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서였다. 염경엽 감독은 “팀내 FA는 모두 붙잡아 현재 전력을 유지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차명석 단장이 부임한 이후 LG는 팀내 FA를 붙잡는 데 실패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올 겨울에는 사정이 달랐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샐러리캡 제도의 제약을 무시할 수 없었다. 1회 초과 시 초과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재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2회 연속해 초과 시는 초과분의 10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재금으로 납부해야 하며 다음 연도 1라운드 지명권이 9단계 하락한다.
3회 연속하여 초과 시에는 초과분의 1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재금을 납부해야 하고, 다음 연도 1라운드 지명권이 9단계 하락한다. 벌금도 문제지만, 신인 지명권이 큰 손해다.
내년 샐러리캡 상한액은 114억 2638만원이다. LG는 올해 샐러리캡이 105억 3200만원이었다. FA 2명을 모두 붙잡는다면 샐러리캡 상한액을 대폭 초과할 수 밖에 없다. 유강남과 채은성의 몸값을 합하면 170억원이다.
이번 FA 시장에서는 하위권 팀들의 전력 보강 의지가 강했다. 모그룹에서 예산 지원을 받아왔고, 그동안 취약 포지션 강화에 나섰다. 롯데는 고질적인 문제였던 포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한화는 장타자 보강이 우선 순위였다.
유강남의 몸값은 LG의 예상보다 크게 뛰었고, 한화는 채은성을 붙잡기 위해서 4년이 아닌 6년 장기 계약까지 제안했다. LG도 채은성에게 6년 계약을 제시할 수 있었으나 샐러리캡에 발목이 잡혔다.
차명석 LG 단장은 이틀 연속 선수를 떠나보낸 뒤 “팬들께 죄송하다. 두 명 모두 붙잡지 못해서…”라고 힘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FA 시장에 앞서 두 선수를 붙잡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팬들에게 사과했다.
LG는 두 선수를 모두 떠나보내는 대신 KIA에서 FA로 나온 포수 박동원을 4년 총액 65억원에 영입해 포수 공백은 한 숨 돌렸다.
채은성이 떠난 1루수 자리는 팀내 대체 자원이 있다. 차명석 단장은 "김현수를 1루수로 돌릴 수 있고, 외국인 타자를 1루수로 영입할 수도 있다. 유망주인 송찬의도 1루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