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적생 포수 신화를 기다려야 하나.
2022 시즌 KIA 타이거즈의 주전포수로 뛰었던 박동원(32)이 FA 자격을 얻어 LG 트윈스로 이적했다. 4년 65억 원의 후한 대우를 받았다. KIA와는 다년계약을 포함한 협상을 했으나 조건이 맞지 않았다. 지난 4월말 트레이드로 이적후 17홈런을 때리며 5강을 이끌었지만 동행은 6개월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박동원의 이적과 함께 KIA는 또 한 번 포수의 지명 선구안과 육성의 과제를 절감했다. 포수는 키우기 어렵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더군다나 공수를 겸비한 결출한 포수가 잘 나오지 않는다. 트레이드 혹은 FA 시장에서 포수 영입을 한다. 타이거즈는 홈런왕을 지낸 장채근을 제외하고는 포수들의 타격이 신통치 않았다.
대신 수비력은 걸출했다. 타이거즈 역사를 본다면 80~90년대 김무종, 장채근, 정회열, 최해식이라는 우승 포수들이 있었다. 김무종은 재일한국인 카드로 영입했고, 최해식도 쌍방울에서 보강했다. 모두 우승주역이었다. 타이거즈 마운드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포수는 공격 보다는 수비가 중요했다. 포수들의 생명이 짧은 시기였다.
2001년 KIA가 타이거즈를 인수한 시점에는 김상훈 현 배터리 코치(96년 2차 우선지명)가 주전 마스크를 썼다. 강한 타격을 못했지만 김상훈 코치는 2009년 우승을 이루면서 자신의 몫을 했다. 그런데 KIA는 김상훈 이후 좀처럼 주전 포수를 키워내지 못하고 있다. 99년 2차 5라운더 차일목이 제 2의 포수로 뒤를 받쳤으나 주전 풀타임은 없었다.
김상훈이 쇠락기에 접어든 2011년 이후 확실한 주전이 없었다. 차일목과 함께 2008년 SK에서 영입한 이성우, 2008년 2차 5라운더 백용환, 2013년 2라운드더 이홍구가 번갈아 마스크를 썼다. 이홍구와 백용환은 모두 거포로 주목을 받았으나 포수로 뿌리내리지 못했고 모두 트레이드 됐다.
포수난에 시달리자 한화로 FA 이적한 송은범의 보상선수로 군입대한 한승택을 낙점하기도 했다. 한승택은 전역과 동시에 주전을 꿰차는 듯 했으나 타격이 숙제였다. 2017년 SK에서 이적한 김민식이 안방살림을 책임지며 우승했다. 그러나 김민식도 계속성이 없었고, 한승택과의 분점체제가 한동안 이어졌다. 수비와 공격을 겸비한 포수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결국 KIA는 지난 4월 박동원을 영입했고 김민식은 SSG로 트레이드했다. 이번에 박동원이 6개월 만에 떠나면서 다시 포수 전력에 물음표가 달렸다. 순수 드래프트이든 외부 영입이든 꾸준한 주전 포수가 없었다. 신인 포수를 고르는 선구안과 육성 모두에 아쉬움이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KIA는 박동원의 이적에 대비해 주효상(25)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향후 FA 수혈과 트레이드 상황을 지켜보겠지만 한승택-주효상 체제로 내년을 이끌어갈 수 있다. 기회를 얻은 주효상이 이적신화를 쓴다면 KIA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이다. 결국 십 수년 째 풀리지 않은 주전포수 난제를 또 이어가게 됐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