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채은성을 6년 90억원에 잡은 한화. 7년 만에 외부 FA 영입으로 모처럼 어깨를 폈지만 고민이 끝나지 않았다. 당초 계획한 FA 플랜을 수정해야 할 일이 생겼다. 주전 유격수 하주석(28)의 음주운전 여파로 구단의 고민은 계속된다.
하주석은 지난 19일 새벽 5시50분경 대전 동구 모처에서 음주 단속에 적발됐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78%로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한화 구단은 20일 오후 이 사실을 인지한 뒤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보고했다.
한화 1군 선수단은 지난달 17일부터 대전에서 마무리캠프를 치르고 있다. 23일 캠프 종료를 앞두고 주장 하주석이 사고를 쳤다. 캠프 기간 추가 수비 훈련을 자청한 하주석을 보며 흐뭇해하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도 믿는 도끼에 발등 제대로 찍혔다. FA 영입 작업으로 눈코 뜰 새 없던 구단에도 비상이 걸렸다.
채은성 영입에 성공했지만 추가 FA 영입에 있어 하주석 공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손혁 한화 단장도 “전력 보강 고민을 안 할 수 없다. 갑자기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준비해 놓은 플랜을 바꿔야 할지, 바꾸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논의해야 한다”며 “채은성 계약을 하고 나서 기분이 정말 좋았는데 10분 정도 지나고 나니 다시 또 고민이다. 어떻게 누구를 가져다 놓아야 하나 고민이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하나 늘어서…”라면서 난감해했다.
구단을 넘어 모기업에서도 하주석 사건을 주시할 만큼 사안이 매우 심각하다. 보수적인 정서가 강한 한화는 그동안 음주운전이나 학교폭력 전력이 있는 선수들을 영입하거나 지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면했다.
그러나 당장 구단에서 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게 없어 난제다. KBO 이사회는 지난 6월 음주운전 제재 규정을 강화하면서 구단 내부 자체 징계를 더 이상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KBO와 구단의 이중 처벌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리그 차원에서도 효율적인 제재 관리를 위해 자체 징계 제도를 없애기로 합의했다.
첫 번째 음주운전으로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하주석은 규정에 따라 70경기 출장정지가 유력하다. 선수가 소명을 원치 않는다면 KBO 상벌위원회도 개최하지 않고 바로 제재가 내려진다. 현재 KBO가 한화 구단으로부터 경위서를 받고 확인하는 절차에 있다.
규정에 따라 한화 구단이 따로 취할 수 있는 징계가 없다. 실질적으로 가장 무거운 징계, 방출 외에는 없다. NC가 지난달 23일 숙취 운전으로 접촉 사고를 낸 외야수 김기환을 지난 6일자로 퇴단 처리한 바 있다. 규정 강화 이전이긴 하지만 지난해 8월 키움도 음주운전을 한 외야수 송우현도 즉시 방출했다.
하주석이 한화 팀 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방출은 어렵다. 그렇다고 구단이 아무런 추가 조치 없이 손놓고 있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 하주석은 지난 6월 심판 판정에 격분해 헬멧을 던지는 과격한 행위로 크게 논란이 된 선수다. KBO로부터 10경기 출장정지 및 제재금 300만원,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40시간을 부과받았다. 시즌을 마치고 봉사활동을 이수하던 중 또 사고를 쳤기 때문에 가중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과거 음주운전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선수를 제재하는 방법으로 쓰였던 임의탈퇴도 지난해 6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도입한 프로스포츠 표준계약서에 따라 임의해지로 용어가 변경돼 징계성 조치로는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선수의 자발적 신청이 있으면 임의해지가 가능하다. 프로스포츠 표준계약서 제23조 임의해지에 따르면 선수가 계약기간 중 자유의사로 본 계약 해지를 원할 경우 구단이 서면으로 임의해지를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구단이 동의하면 총재가 검토하에 임의해지 선수로 공시할 수 있다. 이 경우 선수는 공시일로부터 1년이 경과하기 전까지 프로야구 선수로 복귀할 수 없다. 1년이 경과한 뒤 선수 계약으로 복귀 가능하다.
선수의 자유의사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지만 KBO에서는 “징계가 아닌 다른 사유로 총재에게 신청하면 임의해지 승인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사유란 반성과 자숙의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선수 본인 의지에 달린 문제다.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고 새로 태어나고 싶다면 결심이 필요하다. 다만 임의해지 이후 70경기 출장정지까지 1년 반 이상의 공백기를 감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쉬운 결정은 아니다. 공백기가 부담스럽다면 여론이 납득할 만한 다른 속죄의 길을 찾아야 한다. 전력 보강만큼 한화가 풀어야 할 난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