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수베로(50) 한화 감독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믿고 지지했던 ‘주장’ 하주석(28)의 음주운전에 수베로 감독도 고개를 숙였다.
지난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전날 하주석의 음주운전 적발 소식으로 구단이 발칵 뒤집힌 가운데 수베로 감독은 훈련 전 선수들을 한 데 모았다. 이 자리에서 수베로 감독은 “굉장히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유감스럽다. 선수들 모두 팀을 대표한다는 것을 잊지 말라. 말과 행동을 조심하라”는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하주석은 지난 19일 새벽 5시50분경 대전 동구 모처에서 음주 단속에 적발됐다. 혈중 알코올 농도 0.078%로 면허 정지 처분을 받았다. 20일 오후 이 사실을 인지한 한화 구단이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
수베로 감독은 지난해 한화에 부임할 때부터 하주석에게 누구보다 큰 관심과 애정, 믿음을 보내왔다. 지난해 시즌 중반부터 주장 자리를 맡겼고, 올해 6월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과격한 행동으로 크게 논란이 됐을 때도 “사람은 실수를 통해 성장한다”며 방패막이를 자처했다. 내년에도 하주석에게 주장을 맡길 참이었지만 갑작스런 음주운전으로 모든 게 허사가 됐다.
수베로 감독은 “현장의 수장으로서 죄송하다.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모든 팬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자식을 가진 아버지로서 어린 아들이 실수를 저지른 것 같은 느낌이다. 아직 하주석을 만나지 못했는데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 캠프에서 의욕적으로 열심히 했기 때문에 더욱 아쉽다. (이번 일에 대한) 대가는 본인이 치러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강화된 KBO 음주운전 징계 가이드라인에 따라 첫 번째 음주운전 적발시 면허 정지는 70경기 출장정지, 면허 취소는 1년 실격 처분을 받는다. 하주석의 경우 전자로 내년 시즌 개막 시점부터 70경기 출장정지가 유력하다. KBO는 경위서를 받고 확인 중으로 선수 소명이 따로 없다면 상벌위원회를 열지 않고 바로 제재를 내릴 예정이다.
KBO 제재 외에 구단 자체 징계를 더 이상 부과하지 않기로 규정을 바꾼 만큼 한화 구단 내에서 추가로 이중 처벌을 내리기는 어렵다. 한화가 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징계는 방출밖에 없다. NC가 지난달 23일 숙취 운전으로 접촉 사고를 낸 외야수 김기환을 지난 6일 방출한 바 있다. 하주석의 한화 팀 내 비중을 고려할 때 쉽지 않은 결정. 이와 별개로 한화는 선수단 내규 강화를 검토 중이다.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하주석이 잃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FA 자격도 미뤄지고, 문제아 이미지가 덧씌워져 선수 생활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것이다. 무엇보다 팀에 미칠 악영향이 크다. 외부 FA 영입을 위해 구단이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난데없는 음주운전 사건으로 팀에 찬물을 끼얹었다. 3년 계약 마지막 해를 앞두고 주전 유격수를 잃게 된 수베로 감독 입장에서도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다.
수베로 감독은 “하루아침에 벌어진 일이라 지금 당장 내년 유격수 대안에 대해 말하는 건 이르다. (손혁) 단장 및 프런트와도 아직 제대로 미팅하지 못했을 만큼 갑자기 벌어진 일이다”며 난감해했다. 이어 수베로 감독은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지금 당장은 박정현이 떠오른다. 유틸리티 내야수였지만 내년 주전 유격수 후보가 됐다. 신인 내야수 문현빈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주 포지션이 2루수이지만 유격수 가능성도 열려있다. 서산에 있는 퓨처스 선수들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부 경쟁을 통해 내년 스프링캠프까지 계속 지켜보며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