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의 마무리 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볼파크.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투수조는 뛰고 또 뛴다. 숨이 턱 막혀 쓰러질 것 같아 보인다. 정현욱 투수 코치는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미소 짓는다. 느슨한 모습을 보일 때면 팩트 폭격을 날린다. 현역 시절 '성실함의 대명사'이자 삼성 투수조의 '정신적 지주'로 불렸던 그는 '땀의 진실'을 굳게 믿기 때문이다.
정현욱 코치는 "선수들이 이 정도 수준의 훈련을 해보지 않았으니 조금 힘에 부치는 것 같긴 하다. 그래도 해봐야 한다. 한 시즌을 소화하려면 기술도 중요하지만 기술을 유지하기 위해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성과를 내기 위해 이곳에 왔으니까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다들 열심히 하고 있다. 결과물을 얻어서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국외에 마무리 캠프를 차렸다. 한 달 가까이 캠프를 치르는데 큰 비용이 들지만 구단에서 먼 미래를 내다보고 통 큰 투자를 했다. 정현욱 코치는 "날씨가 추우면 부상 위험도 높고 페이스를 끌어올리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따뜻한 곳에서 훈련하니까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환경이 변하니까 집중력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선수들은 강도 높은 훈련을 묵묵히 소화하고 있다. 1군 승격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목표 의식이 확고하다. 정현욱 코치는 "나이와 연차가 비슷한 선수들이 서로 격려하면서 열심히 하고 있다. 열심히 안 하게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고 웃으며 "동료이자 라이벌이다. 경쟁에서 지면 안 된다. 훈련 분위기가 좋지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규 시즌 7위로 마감한 삼성은 '계투진 강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에 정현욱 코치는 "현재 있는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려야 한다. 선수 스스로 맡은 이닝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버틸 수 있어야 한다. 마운드에서 누가 도와줄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잘 준비해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현욱 코치는 마무리 캠프에 참가 중인 투수들이 빠르지 않더라도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고 확신했다. "마무리 캠프에 참가 중인 선수들이 기존 선수들보다 기량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성장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좋아지는 건 확실하다. 한 달 두 달 지켜보면 분명히 좋아지는 게 보이니까 기대가 되고 희망을 품게 된다. 마무리 캠프에 참가 중인 선수들의 기량이 올라와야 팀이 강해진다".
내부 경쟁을 통한 전력 향상이 정현욱 코치가 추구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는 "상대 팀과의 대결은 두 번째 문제다. 내부 경쟁이 돼야 한다. 오승환, 우규민, 백정현 등 베테랑 투수들의 자리를 빼앗아야 한다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이들도 어릴 적에 선배들의 자리를 빼앗아 성장한 선수들이다. 노력한 만큼 자리를 빼앗을 수 있도록 달려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요즘은 조금만 야구를 잘해도 돈을 엄청 버는 시대"라고 부와 명예를 얻는 건 오롯이 선수들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고 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