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들을 향해 “더욱 성숙한 사람이 되겠다”라고 약속한 게 불과 5개월 전의 일이다. 그러나 성숙한 한화 캡틴의 모습은 없었다. 오히려 음주운전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며 팬들에게 더 큰 실망을 안겼다.
한화 이글스 구단은 지난 20일 밤 “구단 소속 A선수가 19일 토요일 새벽 5시 50분경 대전 동구 모처에서 음주단속에 적발되며 혈중 알코올 농도 0.078%로 면허 정지 처분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한화의 A선수는 2022시즌 주장을 맡았던 내야수 하주석이다. 한화는 하주석의 음주운전을 인지하고, 20일 오후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이를 보고했다.
한화는 지난달 17일부터 대전과 서산에서 마무리캠프를 진행 중이다. 3년 연속 최하위 굴욕을 극복하고자 다른 구단과 달리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훈련에 참가한 상태였고, 하주석은 총 70명(대전 45명, 서산 25명)의 선수를 이끄는 리더였다. 그런 그가 19일 훈련 출근을 앞두고 밤샘 음주에 모자라 술을 마신 상태서 운전대를 잡는 충격을 안겼다.
하주석은 지난 6월 16일 대전 롯데전에서도 과격 행동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당시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불만을 품고 방망이를 내동댕이치며 퇴장 조치를 당했고, 곧바로 욕설 항의와 함께 더그아웃에서 헬멧을 집어던지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하필이면 헬멧이 더그아웃 벽에 튕겨 웨스 클레멘츠 한화 수석코치 뒤통수를 정통으로 맞히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주석은 당시 KBO 상벌위원회로부터 출장정지 10경기, 제재금 300만원,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40시간 중징계를 받았다. 사건 발생 이튿날 곧바로 1군 말소와 함께 서산으로 향해 자숙의 시간을 가졌고, 구단을 통해 “주장으로서 경솔한 행동으로 팬들과 동료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 심판에게도 사과드린다”라며 “2군에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더 성숙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징계 복귀전이었던 7월 5일 대전 NC전에서도 그는 “잘못된 행동이었다. 반성을 많이 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일어난 일이고, 변명하지 않겠다. 팬분들께 항상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서산에서 후배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후배들의 모습을 보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다시 한 번 성숙한 모습을 다짐했다. 그러나 그가 말한 성숙한 행동은 5개월 뒤 마무리훈련 중 음주운전에 따른 면허 정지였다.
한화 수베로호는 주전 유격수이자 주장인 하주석 없이 내년 전반기를 보낼 위기에 처했다. 가뜩이나 내야 뎁스가 얇은 상황에서 팀 내 주축 선수가 스스로 프로의 자격을 걷어 차버린 결과다.
하주석은 이번에도 중징계를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당연히 앞선 퇴장 난동 때보다 더욱 강한 징계가 예상된다. KBO는 최근 들어 여러 차례 음주운전 퇴출을 향한 의지를 드러내며 이에 관한 수위 및 횟수별 징계를 세분화해 강력한 처벌을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음주운전 면허 정지의 경우 70경기 출장정지 징계가 내려진다.
다만 최근 NC의 경우 음주운전에 대한 강화된 사회 인식을 반영해 숙취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낸 김기환을 퇴단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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