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승엽 감독과 최강 몬스터즈 김성근 감독의 이색 맞대결을 맞아 수많은 야구팬들이 잠실구장에 운집했다. 11월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하는 열기다.
두산 베어스는 20일 한 시즌 열렬한 응원을 보낸 팬들과 선수단이 만나는 시즌 결산 이벤트 ‘2022 곰들의 모임’을 개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열리는 만큼 이승엽 신임 감독을 포함한 선수단 사인회, 구단 버스 체험, 그라운드 캐치볼 등 다채로운 이벤트를 준비했다.
지난달 중순 두산 제11대 감독으로 선임된 이승엽 감독은 이날 잠실구장 주차장에 마련된 팬사인회 부스에서 처음으로 두산 팬들과 호흡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감독과 김재환, 정수빈 등 주축 선수들의 사인을 받기 위해 사인회 시작 전부터 수많은 팬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팬사인회를 마친 이 감독은 “아직은 조금 어색하다. 두산 유니폼은 처음이고, 팬들도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두산 팬들도 보시기에 조금 어색했을 것 같다”라며 “그래도 재미있었다. 많은 팬들이 정수빈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해주셨다. 여름에도 잘 치게 해달라는 요청도 들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오후에는 두산과 JTBC 야구 예능 ‘최강야구’의 최강 몬스터즈가 이벤트 경기를 치른다. 이승엽 감독의 비공식 데뷔전이다.
두 팀의 맞대결은 독특한 사연을 갖고 있다. 최강 몬스터즈 제1대 사령탑이었던 이승엽 감독이 두산 지휘봉을 잡으며 사령탑 자리가 공석이 됐고, 이에 최강야구 제작진은 지도자 생활을 은퇴한 김성근 감독에게 감독직을 제안했다. 김성근 감독은 그렇게 이달 초 최강 몬스터즈 제2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경기 전 만난 김성근 감독은 “정규시즌보다 재미있다. 1군 야구는 아니지만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 남다르다. 이렇게 진지하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다”라며 “승리를 향한 움직임, 표정도 다르다. 같이 하고 있으면 보람이 있다. 새로운 야구가 우리나라에 다시 전수될 수 있지 않나 싶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최강 몬스터즈 선수들은 두산으로 떠난 이승엽 감독을 향해 아예 선전포고를 했다. 정근우는 “난 최강 몬스터즈 창단 멤버다. 이승엽 감독님이 지금까지 같이 해오다가 책임감 없이 떠났다. 아쉬움이 있다. 감독님과 정수성 코치가 반갑게 인사하시던데 기분이 안 좋았다”라고 웃으며 “오늘 꼭 이겨서 최강 몬스터즈가 왜 강한지 알려드리겠다”라고 밝혔다.
박용택도 “두산은 체질적으로 싫다. 두산과 하면 언제든지 이기고 싶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경기는 잠실구장의 2만2천석이 모두 매진됐다. 3년 만에 열린 곰들의 모임 및 이승엽 감독과 김성근 감독의 지략 대결을 보기 위해 11월 중순임에도 많은 야구팬들이 잠실구장으로 몰렸다. 다행히 경기장이 위치한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낮 최고 기온은 19도로 포근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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