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가 되어야 한다".
이강철 WBC 대표팀 감독이 투수 선발 원칙을 밝혔다. 단순히 구위가 좋은 것 보다는 제구가 있는 투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감독 특유의 투수관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KBO는 최근 내년 3월 열리는 제 5회 WBC 대회에 참가하는 50명의 관심선수를 발표했다. 선수별 참가 자격 등을 사전에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기 위해 주최 측에 제공하는 일종의 예비 명단으로 추후 교체가 가능하다.
WBCI가 KBO가 제출한 명단을 토대로 선수별 참가 자격 여부를 확인해 회신하면 KBO는 이 중 35명의 예비 명단을 내년 1월 중 WBCI에 제출한다. 30인 최종 명단의 제출 기한은 내년 2월7일이다.
투수 14명과 포수 2명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이 감독의 투수 14명 구성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아직은 시간이 있지만 가장 효율적인 구성을 해야 한다. 최종 목표는 우승이지만 미국으로 건너가는 것이다. 즉, 4강을 최소 목표로 삼고 있다. 투수력이 있어야 가능한 목표이다.
이 감독은 "14명의 투수를 뽑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투수진이 예전처럼 강하지는 않다. 따라서 선발투수는 물론 불펜투수들까지 14명 전체를 폭넓게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마운드 운용 밑그림을 그렸다.
아울러 "그러기 위해서는 투수들의 제구가 좋아야 한다. 구위와 제구가 모두 좋아야 하지만 제구가 안되면 선발하지 않겠다. KIA 임기영을 (50명 관심명단에) 발탁한 것도 제구가 좋고 체인지업 등 까다로운 볼을 던지기 때문이다. 충분히 1이닝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임기영은 올해 26경기(선발 23경기)에 등판한 선발투수였다. 성적은 4승13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4.24이다. 올해 삼성 백정현, 두산 최원준과 함께 최다패 공동 1위의 주인공인데도 발탁한 이유는 제구에 있다. 스트라이크존의 좌우 상하 보더라인을 잘 이용한다.
특히 낙폭이 큰 체인지업을 던진다. 임기영을 처음 상대하는 외국인 타자들에게 통할 수도 있다. 포심도 140km를 넘기고, 슬라이더와 투심, 커브까지 구사하는 등 불펜 투수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KT 고영표와 엄상백까지 발탁한 것도 비슷한 이유이다.
물론 임기영이 대표팀 발탁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 감독은 "시간을 두고 충분히 고민해 14명의 투수들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최다패 투수가 30명의 이강철호 명단에 승선할 것인지 주목된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