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이 무려 11년 만에 외부 FA를 영입했다. 11년 전 이택근을 50억원에 영입할 때처럼 FA 시장 온도를 바꾸는 신호탄이 될 듯하다.
키움은 지난 19일 2023년 KBO리그 FA 1호 계약을 발표했다. NC에서 FA로 풀린 사이드암 투수 원종현과 4년 25억원에 깜짝 계약한 것이다. 내년에 만 36세가 될 베테랑 투수에게 4년을 보장하며 계약금 5억원, 연봉 5억원으로 옵션 없이 25억원을 썼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계약이다. 모기업이 없는 자생 구단인 키움은 외부 FA 영입과 거리가 먼 팀이었다. 원종현 이전까지 히어로즈 역사에서 외부 FA 영입은 외야수 이택근이 유일했다.
넥센 시절이었던 지난 2011년 11월 이택근과 4년 총액 50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7억원, 옵션 6억원)에 계약하며 리그를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그로부터 무려 11년 만에 외부 FA 영입이 이뤄졌다.
이택근의 50억원 계약은 KBO리그 FA 시장에서 역사적인 변곡점이 됐다. 국가대표 외야수로 전성기를 구가할 때 이택근이었지만 2005년 삼성 심정수(4년 60억원) 이후 당시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FA 몸값이었다.
이택근 계약을 기점으로 FA 선수들의 몸값 인플레이션이 일어났다. 이듬해 FA 외야수 김주찬도 이택근을 기준으로 삼아 4년 50억원에 KIA와 계약했고, 그 이듬해에는 앞자리 숫자가 바뀌면서 60~70억원 대형 계약들이 쏟아졌다.
원종현 계약이 이택근 때만큼 충격을 준 것은 아니지만 이번 FA 시장에는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키움이 외부 FA를 영입한 것도 놀라운데 4년 25억원이라는 계약 조건도 예상을 뛰어넘는다. 원종현과 같은 투수 FA들의 기준점이 오를 수밖에 없다. 선수들에겐 호재, 구단들에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원종현 계약의 수혜는 같은 C등급 투수들이 누릴 가능성이 높다. 그 중에서도 이태양의 거취가 주목받는다. 원종현보다 나이가 3살이나 어리고, 선발과 구원 모두 가능한 자원이라 그 이상의 계약을 따낼 전망이다. 원종현의 25억원이 이태양 계약 협상의 출발점이 됐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