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최고 투수의 반열에 오른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23)이 국가대표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키움의 촉망받는 에이스였던 안우진은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투수로 시즌을 완주했고 30경기(196이닝) 15승 8패 평균자책점 2.11 224탈삼진을 기록하며 투수 2관왕(평균자책점, 탈삼진)에 올랐다. 지난 17일 2022 KBO 시상식에 참가한 안우진은 “나라를 대표해서 나가는 것이다. 당연히 영광스러운 자리다”라며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안우진은 지난 18일 KBO가 WBC 조직위원회에 제출한 대표팀 관심 명단 50인에 포함되지 못했다. 휘문고 재학시절 학교폭력으로 인해 징계를 받은 사실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당시 안우진은 한국야구소프트볼협회(KBSA)로부터 3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규정상 3년 이상 자격정지 징계를 받으면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KBSA가 참가 주체가 되는 국제대회에서 영구적으로 대표팀 자격이 박탈된다.
이 때문에 안우진은 그동안 국가대표의 꿈을 마음 속으로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WBC는 다르다. 세계야구스포츠연맹(WBCS)이 아닌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중심이 되어 각국 프로야구가 참가주체가 되는 대회다. 한국 역시 KBSA가 아니라 KBO가 대표팀을 구성하기 때문에 안우진도 한국 대표팀으로 참가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KBO도 끝내 안우진을 대표팀 관심 선수 명단에 넣지 않았다. KBSA로부터 대표팀 자격이 박탈되는 징계를 받은 것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안우진이 국가대표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다. 대표팀 최종 명단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언제든지 예비 명단을 변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KBO 관계자는 “이번에 대표팀 관심 명단을 제출한 것은 조직위원회가 참가 선수들의 국적 등을 확인하는 행정적인 절차다. 대표팀 후보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규정에 따라 관심 명단을 제출했기 때문에 발표를 한 것 뿐이다. 최종 명단을 제출하기 전에는 명단 변경이 가능하다. 안우진이 대표팀에 합류하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기량만 본다면 안우진이 국가대표팀에 선발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제는 KBO리그 최고의 투수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올해 최고의 투수는 누가 보더라도 안우진이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팬들의 생각이다. 팬퍼스트를 강조하는 KBO 입장에서 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안우진을 국가대표로 발탁하는 것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안우진은 학교폭력 논란 때문에 최동원상, 일구회 일구대상 등에서 후보로 오르지 못했고 MVP 투표에서도 1표를 얻는데 그쳤다.
하지만 최근 팬들의 여론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안우진의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안우진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안우진 역시 공식 입장문을 통해 “고맙게도 학폭 논란과 관련된 제 후배들이 용기를 내줬다. 저희는 늘 서로를 응원하는 선후배 사이였다”라며 피해자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미 과거의 일에 대해 징계를 모두 소화했고 피해자들이 안우진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팬들이 안우진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팬들의 여론이 달라진다면 안우진이 국가대표로 나갈 수 있는 기회는 아직 열려있다. 만약 안우진이 대표팀에 참가할 수 있다면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출전하는 국제대회에 한국 대표팀 역시 최고의 전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