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교통정리를 할까?
2023 프로야구 FA 시장이 열렸다. 17일부터 전구단이 접촉이 가능해졌다. 누가 계약 1호가 터질 것인지 관심이었지만 조용한 이틀째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뜨겁다. 치열한 눈치싸움과 정보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FA의 특징은 포수대제전이다. 최대어 양의지를 비롯해 유강남과 박동원, 그리고 박세혁까지 FA를 선언하고 시장에 나왔다. 다른 팀으로 갈 수 있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시장의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서 포수들의 가치도 확 올라갔다. 양의지의 원소속 구단 NC과 원원소속 구단 두산, 유강남의 원소속 구단 LG, 박동원의 원소속 구단 KIA, 그리고 포수보강에 나선 롯데와 한화, SSG까지 수요가 넘친다.
양의지는 내년이면 36살인데도 1차 FA에서 받은 125억 원을 넘을 태세이다. 예년같으면 50억 원이면 도장을 찍었을 유강남과 박동원도 올라갔다. 70~80억 원대로 치솟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흥미로운 대목은 4명 선수의 행보가 서로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양의지를 놓고 NC와 두산이 경쟁을 벌이는 형국에 KIA도 지갑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또 우승 또는 포스트시즌 성적을 위해 다른 구단이 참전할 수도 있다.
양의지의 거취가 정해져야 나머지 포수들의 행선지도 결정된다. 만일 NC는 양의지를 놓치면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LG도 유강남을 잡지 못하면 박동원에게 러브콜을 보낼 수 있다. 포수 보강에 나선 구단들도 원하는 포수가 안되면 다른 포수에게 제의를 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되는 대목은 4명의 포수 가운데 3명이 에이전시가 같다는 것이다. 양의지, 유강남, 박세혁은 국내 최대규모의 스포츠에이전시 (주)리코스포츠에이전시 소속이다. '한국의 보라스'라는 별칭으로 수완가로 잘 알려진 이예랑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다.
이예랑 대표의 손바닥안에 포수들의 복잡한 이동 경로가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최대의 관심사인 '양의 전쟁'을 비롯해 다른 포수들의 거취도 정해진다. 아마도 각 구단의 프런트 수장들과 접촉하느라 눈코 뜰새가 없을 것이다.
에이전시의 제 1원칙은 FA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그리고 구단들과도 깔끔하게 협상을 진행하고 마무리를 해야 한다. 과연 수완가가 포수대제전에서 어떻게 교통정리를 할 것인지도 관전포인트가 될 듯 하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