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두 개째다".
라이브 게임이 시작했다. 어린 투수 한 명이 마운드에 오른다. 키가 제법 크다(189cm). 게다가 지옥에서도 데려온다는 좌완투수이다. 힘찬 와인드업과 피칭이 시작했다. 타자가 힘껏 스윙을 했지만 "빡" 소리가 나면서 방망이가 두 동강이 났다.
이범호 타격코치가 "벌써 두 개째다. 볼 좋네!"라고 추임새를 넣었다. 간혹 어이없는 폭투성 볼을 던지기도 했다. 지켜보던 정명원 투수코치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러나 김종국 감독은 투구를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KIA 타이거즈 제주 마무리캠프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예비 신인이 등장했다. 2023 신인 지명회의에서 4라운드에 낙점을 받은 용마고 투수 좌완 김세일(19)이다.
마무리 캠프에 합류해 강력한 공을 던져 눈길을 모으고 있다. 김종국 감독과 정명원 투수코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있다. 구위 하나는 쓸만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김 감독은 "볼의 힘이 아주 좋다. 뒤에서 보면 자연스럽게 커터가 되고 있다. 잠재력이 있어 곽도규(5라운드 좌완)과 함께 계속 지켜볼 만한 투수이다"라고 말했다.
같은 신인 타자 정해원도 "마무리 캠프에서 상대해본 투수들 가운데 세일이형의 공이 가장 좋다. 볼이 위로 떠오르는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김세일은 고교를 4년 다녀 정해원보다 한 살이 더 많다.
정명원 코치는 "아직은 거칠다. 볼에 힘이 있고 좋은데 다듬을 것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잘 키우면 재목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읽을 수 있다.
고교에서 많은 이닝을 던지지 않았다. 4년동안 13⅓이닝이 전부이다. 그런데도 좌완 투수 가운데 상위권으로 평가를 받았다. 큰 키에서 내려꽂는 직구가 뛰어나다. 최고 147km를 직구에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던진다.
올해는 12경기에 출전해 12이닝을 소화했다. 평균자책점은 1.50. 20개의 탈삼진을 기록했으나 볼넷도 12개, 사구는 4개나 된다. 제구가 잡히지 않은 원석이다.
김세일에게는 마무리 캠프에서 1군 감독의 눈도장을 받은 것으로도 큰 수확이다. 앞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2년 전 스프링캠프에서 강렬한 인상을 안겨준 이의리의 시즌 2가 될 것인지도 관심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