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가 내년 시즌을 앞두고 유격수 자원을 4명이나 잃을 위기에 처했다. 주전 심우준의 상무 입대가 유력한 가운데 백업 신본기마저 FA 신청을 한 상황. 해법은 외부 FA 시장에서 지갑을 여는 것밖에 없어 보인다.
KT 지난달 7일 발표된 국군체육부대(상무) 1차 서류전형 합격자 명단에 심우준, 권동진, 문상준 등 내야수 3명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공교롭게도 세 선수 모두 유격수가 주 포지션이다. 심우준은 부동의 주전 유격수이며, 권동진, 문상준은 입단 때부터 포스트 심우준으로 기대를 모았던 선수들이다.
KT는 일단 심우준의 입대를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상무 최종 합격이 가장 유력한 선수다. 심우준은 막내 구단 KT의 1군 진입 첫해인 2015년부터 올해까지 8시즌 연속 유격수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대체 불가 자원이다. 2021시즌 139경기 타율 2할6푼8리 6홈런 활약과 함께 팀의 통합우승을 견인했고, 올해 또한 3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공헌했다.
문제는 심우준의 뒤를 이을 선수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백업 2명마저 심우준과 함께 상무에 지원했고, 지난 5월 LG에서 온 장준원은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내년 9월 복귀 예정이다. 이에 베테랑 신본기가 거론됐지만 지난 16일 KBO(한국야구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FA 승인선수 명단에 그의 이름이 보였다. 경남고-동아대를 나와 2012년 롯데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가 12년 만에 FA 권리를 행사한 것이다. 신본기는 C등급으로 분류됐다.
롯데 원클럽맨이었던 신본기는 2020년 12월 박시영과 함께 트레이드를 통해 KT로 이적했다. 딕슨 마차도와 안치홍의 합류로 입지가 좁아지며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됐다. 그러나 KT에서도 그의 신분은 백업이었다. 이적 첫 시즌 96경기 타율 2할3푼6리 1홈런 19타점에 이어 올해도 74경기 타율 1할8푼2리 1홈런 8타점으로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그의 잔류 협상이 순조롭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때마침 17일 개장되는 FA 시장에 준척급 내야수들이 대거 쏟아져 나온다. 특히 키스톤콤비를 맡을 수 있는 노진혁, 박민우, 오선진, 김상수 등이 KT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그 중에서도 유격수 경험이 풍부한 노진혁, 김상수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벌써 이들을 향한 영입 경쟁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가운데 KT 또한 작년 박병호에 이어 2년 연속 외부 FA 시장에서 지갑을 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령탑 또한 프런트에 유격수 보강을 요청했다. 익산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이강철 감독은 “요즘 FA 기사가 많이 나온다. 한 명은 잡아주지 않을까”라고 웃으며 “다만 큰돈을 투자해 데려오기는 애매하다. 어느 정도 적정선에서 계약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가 A급 선수를 바라진 않는다. 그러나 심우준이 빠지기 때문에 경기를 운영은 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KT는 최근 방출선수 시장도 유심히 살펴보며 영입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KT가 보고 있는 선수 또한 주전 유격수감은 아니다.
2021년 통합우승에서 2022년 정규시즌 4위로 자존심을 구긴 디펜딩챔피언. 내년 명예회복을 원한다면 외부 FA 영입이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유격수 포지션은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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