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KBO리그의 대표적인 타자 친화형 구장이다. 홈 플레이트부터 중앙 펜스까지 거리는 122m, 좌중·우중 펜스까지 123.4m, 좌·우 펜스까지 99.5m다. 특히 좌중, 우중간의 거리가 짧다. 그만큼 장타 생산에 유리하다.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이태훈(27)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자신의 장점을 어필할 수 있는 유형의 타자. 키 183cm 몸무게 95kg의 뛰어난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펑펑 날린다. 지난해 팀내 퓨처스 타자 가운데 가장 많은 홈런(12개)을 생산했다.
드디어 성공의 날개를 펼치는 듯했지만 올 시즌 성적은 기대 이하. 50경기에 출장해 타율 1할7푼9리(145타수 26안타) 2홈런 18타점 10득점에 그쳤다.
이태훈은 올 시즌을 되돌아보며 “지난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올해 잘 못해서 많이 아쉬웠다”면서 “욕심이 많았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오버한 게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기대보다 아쉬움이 컸지만 소득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태훈은 “많이 배웠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잘해서 올해도 이 정도는 하겠지 싶었다. 뜻대로 되지 않으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1군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건 아니지만 왔다 갔다 하면서 조금씩 배웠다. 내년에는 더 많은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태훈은 올 시즌의 아쉬움을 접어두고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며 칼을 갈고 있다.
“감독님께서 수비할 때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신다. 지금껏 야구하면서 스스로 기본기가 부족한 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캠프를 통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기본기를 갈고닦고 있다. 공격 또한 마찬가지다. 기본기 위주로 열심히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퓨처스팀 지휘봉을 잡았던 오치아이 에이지 주니치 드래건스 수석 코치는 최근 삼성 캠프지를 방문해 선수단과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당시 오치아이 코치는 이태훈을 보자마자 반갑게 안아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코치님보다 감독님이라고 부르는 게 익숙하다”고 밝힌 그는 “퓨처스 감독님으로 계실 때 저를 믿어주시고 많은 기회를 주셨다.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태훈은 또 “오치아이 코치님께서 마무리 캠프 때 야구장에 오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작년보다 좋아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더 열심히 뛰었다”고 덧붙였다.
삼성은 내년 2월부터 일본 오키나와에 스프링캠프를 차린다.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주니치와 연습 경기를 치를 예정. 이태훈은 오치아이 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호쾌한 홈런 한 방을 터뜨리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는 “제가 오치아이 감독님 앞에서 홈런을 터뜨린다면 오치아이 감독님도 되게 좋아하실 것 같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젊은 타자들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이태훈 또한 경쟁에서 반드시 살아남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강한 정신력을 앞세워 기회를 얻겠다는 각오다.
“기술적인 부분은 선수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그라운드에서 투지와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뚝심 야구를 선보인다면 (코칭스태프에서) 좋게 봐주시지 않을까. 타석에서 쉽게 아웃되지 않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모습과 데드볼이 오더라도 피하지 않겠다. 근성 있는 야구가 무엇인지 보여드리겠다”. 이태훈의 말이다.
이태훈은 마무리 캠프에 참가 중인 타자 가운데 구자욱(29)에 이어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 이제 진짜 승부를 봐야 할 시점이다. 그는 “후배들보다 하나라도 더 해야 한다”고 했다.
삼성에서 첫 홈런을 신고한 선수가 선수단에 피자를 돌리는 전통이 있다. 이태훈에게 ‘내년에 피자 한 번 돌려야 하지 않겠냐’고 하자 “조금 늦었지만 늦은 만큼 더 잘하고 싶다”고 간절한 바람을 드러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