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는 왜 에이징커브를 겪고 있는 30대 후반 내야수를 여전히 필요로 하는 것일까.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이강철 감독을 통해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KT의 심장인 박경수(38)는 2022시즌을 마치고 이강철 감독, 프런트와의 상의 끝에 현역 연장을 최종 결정했다. 1984년생인 박경수의 내년 나이는 39살이다.
익산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이 감독은 “사실 시즌 도중 이미 이야기가 됐던 부분이다”라며 “팀에 리더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현역 연장을 결정해줘서 고맙다”라고 박경수의 선택을 반겼다.
2003 LG 1차 지명된 박경수는 KT 이적을 통해 뒤늦게 커리어의 꽃을 피웠다. 2015년 4년 총액 18억2000만원에 KT로 둥지를 옮겨 2020년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에 성공했고, 2016년 데뷔 첫 3할 타율, 2018년 25홈런을 치며 마법사 군단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3년 총액 26억원의 두 번째 FA 계약, 생애 첫 우승반지, 한국시리즈 최고령 MVP 등 경사가 뒤따랐다.
모든 걸 다 이룬 박경수는 2022시즌을 앞두고 종전 4억원에서 28% 삭감된 2억9000만원에 연봉 계약했다. 기장 스프링캠프서 프로 20번째 시즌은 후배들의 뒤를 받치는 조력자가 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물론 이 감독은 박경수를 핵심 전력으로 평가하며 다시 주장 임무를 맡겼다. 주전 2루수 또한 그의 차지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그라운드에서의 모습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에이징커브 직격탄을 맞으며 100경기 타율 1할2푼 3홈런 10타점의 슬럼프를 겪은 것. 여기에 잦은 부상으로 오윤석이 2루수로 나서는 경기가 더 많았다. 박경수는 포스트시즌도 꾸준히 출전했지만 6경기 타율 7할7푼의 부진 속 수비에서만 제 역할을 해냈다.
그런데 왜 사령탑은 그의 현역 연장 소식을 반긴 것일까. 이 감독은 “1년은 더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다가 안 되면 그 때 다시 생각하면 된다. 플레잉코치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현재 팀 야수 뎁스 상 누군가가 2루 자리를 차지한다는 보장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박경수가 은퇴를 하는 게 마냥 맞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박경수는 팀 KT의 살아 있는 역사다. 실력은 물론이고 2016년부터 3년 연속 주장을 맡으며 신생팀의 1군 정착에 큰 힘을 보탰다. 그리고 그는 지금도 여전히 수원KT위즈파크 클럽하우스의 든든한 리더다. 풍부한 경험과 형님 리더십을 바탕으로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KT 2루에는 아직 박경수만큼 수비력이 좋은 야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감독이 타율 1할대 노장의 현역 연장을 그 누구보다 반긴 이유다.
이 감독은 “박경수는 수비 백업만 해줘도 큰 도움이 된다. 지금 팀에서 여전히 더블플레이를 제일 잘 만드는 선수”라며 “박경수도 고민 끝에 내년에는 잘해보겠다고 했다. 올해 부진해서 위축된 부분이 있지만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우리는 야수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다. 박경수가 팀을 잘 만났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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