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감독이라도 나를 안쓰겠다".
KIA 타이거즈 내야수 임석진(25)이 독기를 단단히 품었다. 2016년 SK 와이번스 2차 1라운드에 낙점받은 거포 유망주였다. 그러나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했고 2022시즌 도중 KIA로 트레이드 됐다. 거포형 코너 내야수로 기대를 모았다. 잠실구장에서 초대형 아치를 그려 데뷔 첫 홈런을 날렸다.
그러나 이 홈런이 올해 유일한 안타였다. 10경기에 17타석에 들어섰으나 다른 안타는 없었다. 타율이 7푼1리, 불만족 시즌이었다. 기회를 받지 못한 이유는 수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제주도 마무리캠프에서는 수비에 올인하고 있다. 특히 매끄러운 송구력을 갈고 닦고 있다.
강창학 구장에서 만난 임석진은 "1군 기회를 많이 받으려면 수비를 잘해야 한다. 내가 감독이라도 나 같은 선수 쓰지 않을 것 같다. 겨울에는 수비훈련을 못하니 여기에서 많이 해서 확실하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 제주 날씨가 너무 좋아서 훈련 효과도 큰 것 같다. 박기남 코치님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이범호 코치님처럼 아무렇지 않게 가볍게 아웃시키는 송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타격훈련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이범호 코치의 주문을 받아 타이밍 잡는 법을 터특하고 있다. "코치님에 타이밍을 빨리 준비하라고 주문하신다. 투수가 던질 준비가 됐을 때 나도 준비가 되어야 하는데 아직은 늦은 편이이. 그걸 찾고 있는 과정이다. 야간 타격훈련도 있어 고등학교 시절 처럼 많이 공을 친다. 자연스럽게 간결해지고 컨택 위주의 스윙이 되고 있다. 방망이가 크게 퍼지면 훈련량을 못따라간다"며 웃었다.
이적후 5월 15일 LG와의 잠실경기에서 터트린 데뷔 첫 홈런은 아직도 생생하다. 좌월 130m짜리 큰 홈런이었다. "그 홈런은 의미가 컸다. 솔직히 울컥했다. 선배님들은 매일 또는 1주일에 몇 개씩 치지만, 나는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힘들었던 게 좀 내려가는 그런 느낌이 있었다"고 기억을 되살렸다.
그러나 출전 기회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 5월18일 롯데전에서 4타수 무안타를 기록하고 2군으로 내려갔다. 이후 8월 3경기, 9월 2경기, 10월 2경기에 출전했다. 안타는 없었다. "내가 기회를 내가 못살렸다. 내년에는 독기를 품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 목표는 이제 의미가 없다. 거짓말 하는 것 같다"며 각오를 다졌다.
최근 키움 포수 주효상이 트레이드로 이적하면서 상무에 복무 중인 최원준과 함께 서울고 동기생이 3명이 다시 모였다. "2학년 때 우승을 했었다. 원준이는 너무 잘하더라. 부러웠다. 이제 친구들이 모였으니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겨울에는 체중 감량도 하고, 타격 훈련을 많이 할 것이다. 장타를 날리는 내 장점을 살려 내년에는 광주에서 꼭 홈런을 치겠다"고 약속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