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선수들의 꿈과 희망이라는 FA. 그러나 스스로 권리 행사를 포기한 선수도 11명이나 된다.
KBO는 16일 2023년 FA 승인 신청 선수 21명을 공시했다. 지난 13일 40명의 자격 선수 명단을 발표했는데 이 중 21명만 신청 마감일이었던 15일까지 FA 권리를 신청했다.
은퇴 선수 4명, 다년 계약으로 묶인 선수 4명을 제외한 실질 32명 중 11명이 FA 권리 행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대어급 선수들을 향한 구애가 벌써부터 시작된 가운데 보상선수가 없는 C등급 준척급 자원들까지 대규모 이동이 예상되는 FA 시장이지만 미신청 선수 11명에겐 남의 일이다.
두산 베테랑 좌완 투수 장원준은 5년째 FA 신청을 하지 않았다. 지난 2014년 11월 4년 84억원에 두산과 계약하며 FA 대박을 터뜨린 장원준은 이적 후 2년 연속 팀 우승을 이끌어 FA 모범생으로 떠올랐다. 2017년까지 계약 첫 3년간 몸값을 충분히 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FA 재자격을 얻은 2018년부터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까지 5년째 FA 권리 행사를 하지 않으며 자격 유지만 하고 있다. 그 사이 연봉도 10억원에서 2019년 6억원, 2020년 3억원, 2021년 8000만원, 올해 5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올 시즌 27경기(17이닝) 1패6홀드 평균자책점 3.71을 기록했지만 FA 시장에 나가기 어려운 성적이었다. 시즌 후 은퇴의 기로에 섰지만 신임 이승엽 감독과 면담 후 내년에도 두산에서 현역 선수 생활을 연장하기로 했다.
지난해 KT의 통합 우승을 이끌며 한국시리즈 MVP를 받은 내야수 박경수도 FA를 신청하지 않았다. 1차 FA로 4년 18억2000만원, 2차 FA로 3년 26억원을 받은 박경수는 이번에 3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올해 성적이 좋지 않았고, KT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3번째 FA는 포기했다.
첫 FA 때 4년 69억원으로 특급 대우를 받았던 포수 이재원(SSG)도 2차 FA는 미뤘다. 4년 계약 기간 내내 부진을 면치 못했고, 포수 FA 매물이 어느 때보다 많은 상황이라 희소성도 없었다.
내야수 서건창(LG)은 2년 연속 권리 행사를 포기하며 ‘FA 3수’에 나선다. 최근 2년째 성적이 하락세이고, A등급으로 보상 규모가 큰 탓에 시장에서 대우를 받기 어려운 현실을 직시했다. 넥센(현 키움) 시절 함께한 염경엽 LG 감독이 새로 오면서 내년 주전 2루수로 중용 의사를 내비쳤고, LG에서 재기를 모색한다.
첫 FA 자격을 얻은 투수 임찬규(LG), 심창민(NC), 임창민(두산). 김대우(삼성), 내야수 심우준(KT), 외야수 김헌곤(삼성), 고종욱(KIA) 등 7명의 선수들도 FA를 단념했다. 군입대하는 심우준을 빼고 나머지 선수들은 FA로서 시장 가치가 높지 않다. 냉정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고, FA 재수를 하기로 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