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지명에도 좀처럼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했던 KT 좌완 유망주 박세진(25). 그런 그가 군에서 무려 13kg을 감량하는 의지를 보이며 달라질 2023시즌을 예고했다.
박세진은 경북고를 졸업하고 2016년 신인드래프트서 KT 1차 지명을 받은 좌완 특급 유망주였다. 그러나 데뷔 시즌 7경기 2패 평균자책점 5.14를 시작으로 2020시즌까지 5년 동안 20경기 1승 9패 평균자책점 9.14에 그치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1군보다 2군에 있는 시간이 훨씬 많았고, 동기생인 이영하(두산), 최충연(삼성)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그는 자연스럽게 잊혀져갔다.
박세진은 2021년 1월 28일 사회복무요원으로 군에 입대해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근무지가 어린이집으로 배정되며 개인훈련 시간이 많았고, 그는 퇴근 후 대구의 트레이닝센터로 향해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 결과 95kg에서 82kg까지 체중을 감량하는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소집해제 후 마무리캠프에 합류했을 때 KT 선수단이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몸이 홀쭉해졌다.
15일 익산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박세진은 “살이 많이 빠져서 그런지 형들이 다 못 알아봤다”라고 웃으며 “사회복무요원을 하면서 아는 형이 운영하는 트레이닝센터에서 운동했는데 다이어트를 제안 받았다. 몇 년 동안 성적이 좋지 못했고, 나 또한 살을 빼고 싶어서 변화를 줘봤다”라고 설명했다.
다이어트는 그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몸이 가벼워지면서 공을 던지는 체력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박세진은 “처음에는 살을 빼고 힘이 없었다. 이후 지속적인 트레이닝을 통해 힘을 키웠는데 퍼포먼스가 좋아졌다. 예전에는 100개를 던지면 5~60개에서 지쳤는데 지금은 7~80개까지 거뜬하다”라고 뿌듯해했다.
박세진은 신체와 더불어 마인드도 새롭게 바꿨다. 많은 선수들이 그렇듯 군에서 야구를 향한 간절함을 키우고 돌아왔다. 그는 “군 입대 후 쉬면서 야구 생각을 했다. 그 동안 프로 생활을 되돌아봤는데 고교 시절보다 나태했던 것 같다”라며 “야구를 안 하다 보니 야구하고 싶은 마음도 이전보다 커졌다. 다시 1군 마운드에 오르는 게 목표다”라고 밝혔다.
박세진은 마무리캠프에서 가벼워진 몸으로 최고 144km의 직구를 뿌리고 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커리어가 잠시 단절됐지만 2년의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며 당장 2023시즌 1군 스프링캠프로 향할 수 있는 몸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형 박세웅(27·롯데)의 조언이 있었다.
박세진은 “사회복무요원 시절 형이 많은 조언을 해줬다”라며 “형에게 언제부터 공을 던져야 바로 팀에 합류할 수 있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1년 정도는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해줬다. 형 덕분에 지금 이렇게 마무리캠프를 소화하고 있다. 형이 없었다면 캐치볼을 늦게 시작해서 팀에도 늦게 합류했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좌완투수가 부족한 KT에게 박세진의 복귀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KT 이강철 감독은 “박세진이 많이 좋아졌다. 생각도 많이 바뀐 모습이다. 엄청 열심히 한다”라며 “아직 조금 기복이 있지만 들어오는 공만 보면 구위가 나쁘지 않다”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박세진은 군에 있으면서 꾸준히 김태한 투수코치에게 투구 영상을 보내며 상태를 체크 받았다고 한다.
박세진은 “KT는 지금 좌완 불펜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물론 선발 욕심이 있지만 살아남기 위해서 불펜에서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라고 경쟁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내년 시즌 목표는 데뷔 첫 1군 풀타임 소화다. 목표 설정 또한 형 박세웅의 영향이 컸다. 박세진은 “당연히 1군 진입이 첫 목표이지만 1군에서 부상 없이 풀타임 시즌을 꼭 치러보고 싶다. 형이 1년 풀타임을 뛰어봐야 체력 분배하는 법을 알 수 있다고 조언해줬다”라고 전했다.
2년 동안 자신을 기다린 KT 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박세진은 “입단 때부터 기대를 많이 해주셨는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고 군대에 갔다. 이제 돌아왔으니 1군에서 바뀐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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