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과거일 뿐일까. 월드시리즈 우승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욕심은 끝이 없다. 과거 자신들의 아픈 역사를 조롱했던 선수까지 영입 1순위로 삼고 있다.
북미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15일(이하 한국시간) ‘휴스턴은 앤서니 리조(33)를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영입 1순위로 지목했다’라고 전했다.
매체는 ‘그들은 율리 구리엘과 호세 아브레유를 1루수 옵션으로 고려하고 있지만 양키스 전력을 약화시키면서 자신들의 라인업을 강화하는 두 가지 목적을 갖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2021년 시카고 컵스에서 양키스로 트레이드된 리조. 2013년 컵스와 맺었던 7년 4100만 달러 계약을 맺었고 2020년, 2021년 팀 옵션이 포함된 계약이 모두 끝나며 첫 FA 자격을 얻었다. 2021년 리조는 컵스와 양키스에서 141경기 타율 2할4푼8리(496타수 123안타) 22홈런 61타점 OPS .784의 성적을 올렸다. 직장폐쇄가 모두 끝난 지난 3월 양키스와 2년 3200만 달러의 FA 재계약을 맺었다.
대신 계약 1년차 시즌이 지나고 옵트아웃을 선언할 수 있는 조항을 삽입했다. 올해 리조는 130경기 타율 2할2푼4리(465타수 104안타) 32홈런 75타점 OPS .818의 성적을 남겼다. 2017년(32홈런) 이후 5년 만에 30홈런 고지를 밟으며 장타력이 건재하다는 것을 알렸다. 결국 옵트아웃 조항까지 발동하며 다시 한 번 시장에 나왔다.
양키스는 홈런왕 애런 저지의 잔류에 필사적인 가운데 리조 역시 잔류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휴스턴이 참전했고 샌디에이고 역시 1루수 보강이 필요하기에 리조를 노리고 있다. 경쟁이 붙으며 양키스는 리조의 잔류를 장담하기 힘들어졌다.
한편, 휴스턴은 과거 약간의 악연이 있다. 지난 2017년 휴스턴의 사인훔치기 스캔들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을 때, 리조 역시 휴스턴을 조롱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리조는 사인훔치기 사실이 알려진 이후인 2020년 3월 시범경기 도중 “지금 투수가 무슨 공을 던질지 생각하고 있다”라며 “누가 날 위해서 두드려 줬으면 좋겠네’라고 말했다. 당시 중계방송사였던 ESPN이 준비한 마이크를 차고 타석에 들어섰고 휴스턴이 쓰레기통을 두드리며 사인을 훔쳤던 방법을 조롱했던 것.
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일까. 휴스턴은 자신들을 조롱했던 과거는 묻어두고 전력만 생각하는 듯 하다. 휴스턴은 2017년 이후 5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사인훔치기 스캔들 이후 첫 우승이다. 하지만 율리 구리엘이 맡았던 1루수 포지션의 팬그래프 기준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은 -1.4에 불과했다. OPS 역시 .619였다. 모두 리그 29위에 머물 정도로 낙제점이었다. 과거를 묻어둘 만큼 리조를 영입할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