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플레이오프가 끝난 지 3주가 지났지만 KT 루키 박영현은 마치 어제 일어난 일처럼 이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2차전에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과 업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박영현은 지난달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깜짝 구원 등판해 2이닝 1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팀 승리를 마무리 지었다.
박영현은 2-0으로 앞선 8회 선발 웨스 벤자민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깔끔하게 막아내며 포스트시즌 최연소 세이브 신기록(만 19세 6일)을 수립했다. 종전 기록은 두산 임태훈이 2007년 10월 23일 SK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기록한 만 19세 25일이었다.
15일 익산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박영현은 “지금도 영상을 돌려보고 있다. 그 때의 투구폼을 참고하면서 훈련하는 중”이라고 웃으며 “지금 보면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공이 그렇게 좋지 않았는데 결과가 좋았다. 그러나 반대로 내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됐다. 내년 시즌에 대한 동기부여도 됐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유신고를 나와 2022 KT 1차 지명된 박영현은 데뷔 전부터 큰 주목을 받았던 마무리 유망주다. 고3 시절 최고 152km의 강속구를 앞세워 16경기 평균자책점 0.80 86탈삼진의 압도적 투구를 펼쳤고, 이에 힘입어 고교야구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고교 최동원상을 수상했다. 박영현은 첫해 52경기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3.66을 남기며 잠재력을 입증했다.
박영현은 “프로에 적응하기 전까지 조금 힘들었는데 적응한 뒤부터는 마운드가 편해졌다. 긴장도 크게 안 됐다. 편하게 내 공을 던지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박영현은 어린 시절부터 KBO리그 대표 클로저인 오승환을 롤모델로 삼으며 포스트 오승환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리고 데뷔 첫해 수원KT위즈파크에서 오승환을 직접 만나 인사를 나누는 영광스러운 순간을 맞이했다. 포스트시즌 최연소 세이브 이후 오승환으로부터 축하 문자를 받기도 했다.
박영현은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던 선수를 직접 만날 수 있어서 영광스러웠다. 여기에 연락까지 주셔서 완벽했다”라며 “선배님을 뵈러 대구에 한 번 내려 가야할 것 같다. 쉬는 기간에 여행 계획을 짜보겠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박영현의 최종 목표는 언젠가 KT의 마무리투수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내년 시즌에도 주어진 보직에서 올해 포스트시즌과 같은 활약을 펼치고 싶다. 올 시즌 활약을 통해 당장 마무리를 맡아도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박영현은 “2년차 징크스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생각해봤자 좋을 게 없다”라며 “마무리캠프서 제춘모 코치님과 지금 투구폼에서 더 힘을 쓰는 법을 연구 중이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주어진 보직에서 최선을 다해 팀에 도움이 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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