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눈이 틀릴 수도 있는데…아니, 틀리지 않을 겁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투수 전문가’ 손혁(49) 한화 단장이 부임 이후 첫 트레이드로 데려온 선수는 역시 투수였다. 지난 10일 내야수 변우혁(22)을 KIA에 주면서 투수 한승혁(29), 장지수(22)을 받았다. 장지수도 가능성 있는 투수 유망주이지만 아무래도 트레이드 초점은 한승혁에게 맞춰져 있다.
손 단장은 “예전부터 한승혁을 좋아했다. 충분히 좋은 선수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트레이드를 했다. 150km 강속구를 던지면서 선발과 불펜 모두 가능하다. 투수 뎁스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며 “많은 분들이 제구 이야기를 하는데 충분히 잡을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좋아진 선수들을 직접 봐왔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제 눈이 틀릴 수도 있는데…”라며 “아니, 틀리지 않을 겁니다”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손 단장의 확신은 한승혁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14일 장지수와 함께 한화의 대전 마무리캠프에 합류한 한승혁은 손 단장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도 손 단장의 자신감을 고취시키는 말에 한승혁도 적잖이 놀랐다.
그는 “단장님을 가까이에서 본 건 처음이다. 확신을 많이 주셔서 저한테는 큰 힘이 된다.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단장님께서 저를 엄청 높게 보시더라. 디테일한 부분까지 확신을 갖고 말씀을 해주시니 한화로 트레이드가 잘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트레이드 후 처음 며칠은 마음이 무거웠다. 지난 2011년 입단 후 11년 동안 몸담은 팀을 떠났으니 감정이 요동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승혁은 “며칠간 진짜 정신이 없었다. 3일째부터 차분해졌다. 좋으면서도 좋지 않은 그런 감정이었는데 다 결정된 일이니 빨리 받아들이기로 했다. KIA 팬들께서 오랜 시간 기대하고 응원해주셨는데 충족을 못 시켜드려 마음이 무겁지만 이제는 30대이고, 20대 시절보다 발전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팀을 옮긴 것은 처음이지만 그래도 익숙한 얼굴들이 많다. KIA 시절 함께한 노수광, 이민우, 이진영, 초등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하주석, 덕수고 선배 최재훈이 있다. 새롭게 한화에 합류한 이대진 수석코치와 박승민 불펜코치도 KIA 시절 인연이 있다. 한승혁은 “아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 적응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 같다”며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님도 오늘 처음 인사 드렸는데 유쾌하시고, 파이팅이 넘치시는 것 같아 좋다”고 이야기했다.
한화는 한승혁을 예비 선발 자원으로도 보고 있다. 올 시즌 KIA에서도 선발 16경기 등판이 있었고, 퀄리티 스타트를 4번 했다. 선발로 변신하면서 투심 패스트볼 비중을 늘리는 등 변화도 꾀했다. 한승혁은 “그동안 안 해본 것을 시도하면서 나름 시행착오가 있었다. 경험과 데이터를 통해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은 알게 됐다”며 “단장님께서 커브가 좋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타이밍 싸움에 도움이 되는 공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직구 구위라고 생각한다. 직구가 돼야 다른 것들도 통한다”는 말로 장점을 살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레이드 후 4일 만에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왔다. 이글스 로고가 새겨진 트레이닝복을 입고 모자를 쓴 한승혁은 “이제 한화 선수가 된 것 같다. 빨리 팀에 적응해 내년 시즌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한화에서 좋은 추억들을 많이 남길 수 있게 준비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