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삼성 퓨처스 감독을 맡았던 오치아이 에이지 주니치 드래건스 수석 코치가 정들었던 삼성 선수단과 오랜만에 다시 만난 소감을 전했다. 주니치 투수조를 이끌고 오키나와에 온 오치아이 코치는 휴식일을 맞이해 삼성의 마무리 캠프가 차려진 아카마 볼파크를 방문했다. 그는 박진만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물론 옛 제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고가의 펑고 배트 10여 자루를 가져와 코치들에게 선물했고 오후 훈련까지 지켜보는 등 라이온즈를 향한 한결같은 애정을 보였다.
취재진과 만난 오치아이 코치는 “그동안 일정이 안 맞았는데 오늘 휴식일이라 이곳에 오게 됐다”고 했다. 오치아이 코치는 삼성 선수들의 세부 성적까지 훤히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내가 가르쳤던 제자들이기 때문에 항상 성적을 확인한다. 또 내게 연락 왔을 때 이야기를 하려면 (성적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 선수들에게 신경을 쓰느라 주니치 성적이 좋지 못했다. 내년에는 주니치에 좀 더 집중하겠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오치아이 코치는 최근 오키나와의 한 스포츠 전문 매장에서 좌완 박세웅과 이승현을 만났다. 그는 옛 제자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주고 택시비까지 챙겨줬다고 한다. 이에 오치아이 코치는 “티셔츠 한 장 사러 갔다가 박세웅과 이승현을 만났는데 안 사줄 수 없었다”고 웃으며 “쉬는 날에 자신의 몸을 위해 훈련 도구를 사러 나온 이들을 보면서 많이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파친코에 가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했다. 오치아이 코치는 또 “제자이기도 하지만 아직 많은 연봉을 받는 게 아니라서 사줬는데 나중에 돈 많이 벌면 몇 배로 돌려받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삼성 마무리 캠프는 훈련 강도가 세기로 악명이 높다. 선수들 모두 “지옥 같다”고 입을 모을 정도다. 이에 오치아이 코치는 “투수조의 경우 정현욱-권오준 콤비의 포스가 워낙 강해 내가 선수라면 되게 무서울 것 같다. 삼성 시절부터 주입식 지도가 아닌 스스로 왜 해야 하는지 생각하면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 부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또 체력이 뒷받침돼야 기술이 향상될 수 있으니 체력을 키우면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밝혔다.
오프 시즌 훈련 방법을 추천해달라고 하자 “선수 개개인에 따라 훈련 방법은 다르겠지만 시즌과 마무리 캠프를 통해 자신의 약점을 확실히 파악하고 코치와 보완할 부분에 대해 확실히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웨이트 트레이닝의 비중이 늘어났는데 내 생각에는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훈련은 러닝이다. 러닝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러닝 자세가 좋은 투수가 투구 밸런스도 좋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라이온즈 찐팬’이라고 했다. 그는 구단 유튜브 공식 채널인 ‘라이온즈 TV’도 빼놓지 않고 챙겨본다. 오치아이 코치는 “선수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어 만족스럽다. 퇴근길 영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투수 황동재는 오치아이 코치를 보자마자 한 걸음에 달려왔다. 그는 “시즌 후 나고야에 가서라도 코치님을 만나고 싶었다”고 옛 스승과의 재회를 반겼다. 오치아이 코치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1승밖에 못한 투수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표정이 너무 밝았다. 나 같으면 1승밖에 못하면 쭈뼛쭈뼛할 텐데 인사하는 걸 보니 거의 최다승 투수 같았다”. 물론 애정을 가득 담은 농담이다. 오치아이 코치는 또 “나는 딸만 둘이라 선수들이 아들처럼 느껴진다. 이번에도 선수들을 빨리 보고 싶었다”고 했다.
새롭게 출발하는 박진만호를 향한 응원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오치아이 코치는 “박진만 감독은 대한민국 최고의 유격수 출신 감독으로서 경기 운영 감각이 아주 뛰어나다. 코치진이 열심히 뒷받침해 꼭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삼성 팬들을 향해 “마지막에 떠날 때 제대로 된 인사를 하지 못해 늘 죄송하게 생각한다. 올 시즌 삼성이 아쉬운 성적을 냈지만 내년에는 꼭 좋은 성적을 낼 거라 믿는다. 저 또한 라이온즈의 팬으로서 항상 응원하고 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팬들을 위해 좋은 성적으로 보답했으면 좋겠다. 여유가 된다면 나와 주니치도 응원해달라”고 인터뷰를 마쳤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