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두산은 옛말이죠. 이젠 디테일이 필요합니다.”
두산 베어스는 이승엽호의 주루 및 작전을 담당할 지도자로 정수성 코치를 낙점했다. 정 코치는 지난달 19일 정식 코치 부임과 함께 이천 베어스파크로 향해 마무리훈련 지도에 돌입했다. 내년 시즌 도약을 노리는 젊은 선수들의 주루플레이에 디테일을 입히고 있다.
최근 이천에서 만난 정 코치는 “두산은 예전부터 워낙 강팀이었다. 누구나 선수 또는 지도자를 해보고 싶은 팀이다”라며 “지금은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마음이 열려야 기술을 연마할 수 있다”라고 두산 코치가 된 소감을 전했다.
2013년을 끝으로 은퇴한 정 코치는 이듬해 곧바로 지도자로 변신해 넥센, SK, KT 등에서 8년 동안 주루코치를 지낸 KBO리그 주루 전문가다. 현역 시절 커리어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지도자 데뷔 후 능력을 인정받으며 2021년까지 한해도 쉬지 않고 선수들을 가르쳤다. 정 코치는 빠른 발과 남다른 주루 센스가 장점이었던 선수였다.
외부에서 본 두산 주루의 문제점은 디테일의 부재였다. 두산은 창단 첫 9위 수모를 겪은 올해 팀 도루(90개), 도루 성공률(69.2%)이 모두 7위에 그쳤고, 주루사는 3번째로 많은 55개에 달했다.
정 코치는 “뛰는 두산을 많이 이야기하시는데 기록을 찾아보면 안 뛴 지 10년이 넘었다. 굉장히 오래됐다”라며 “이제는 예전 두산이 아니기 때문에 변해야 한다. 주루, 작전이 팀 승리 공식이 될 수 있도록 디테일을 입혀야 한다. 최근까지 빅볼 야구를 추구하며 작전이 많이 약해진 부분도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코치의 지휘 방향 및 훈련법을 선수들이 납득해야 한다. 정 코치는 “왜 이 훈련을 하는지 납득을 시켜야 다음 매뉴얼로 넘어갈 수 있다”라며 “그 동안 넥센, SK, KT에서 해왔던 훈련들을 진행 중이다. 영상을 계속 촬영하며 개개인의 장단점을 파악 중이며, 잘 된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함께 분석한다. 과거에는 그냥 막 뛰기만 했다면 이제는 체계적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 선수들도 신기해한다”라고 설명했다.
정 코치의 목표는 올해 9위(.689)에 그친 팀 OPS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다. 세밀한 주루와 작전으로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를 펼쳐야 승리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야구 철학이 깔려 있다.
정 코치는 “마무리훈련은 공격적인 주루를 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후 스프링캠프에서 디테일을 입히고, 시범경기서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며 얻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가장 중요한 건 OPS다. 야구는 베이스는 4개, 아웃카운트는 3개다. 한 베이스를 더 가야 한다. 감독님께 이미 작전과 관련한 자료를 모두 드렸다. 향후 의논을 통해 팀이 나아가야할 구체적인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구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에 이어 또 다시 이승엽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된 기분은 어떨까. 정 코치는 “감독님이라는 존재가 크게 느껴진다. 예전부터 편하게 연락하는 사이였지만 막상 감독님이 되시니 크게 보인다. 아무래도 말과 행동이 조심스러워지는 부분이 있다. 그래도 감독님과 추구하는 야구는 비슷하다”라며 국민타자와의 찰떡 호흡을 기대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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