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라스) 베이거스의 일은 베이거스에 그대로(What happens in Vegas, stays in Vegas). 도박의 도시에 전해지는 금언이다. 승리의 기쁨도, 패배의 아픔도 조용히 남겨두라.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라. 뭐, 그런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 분’ 같은 케이스다. 그가 다시 등장했다. 일주일전 온 세상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이다. 월드시리즈 베팅으로 1000억원(7500만 달러)을 딴 주인공이다. 스포츠 도박의 신, 짐 매킹베일이다.
71세의 사업가가 베이거스로 갔다. 이유는 하나다. 수금을 위해서다. 그가 사는 곳 텍사스(휴스턴)는 도박이 불법이다. 합법적인 곳에서, 합법적으로 베팅한 수익금을 회수하는 날이다. 알려졌다시피 돈을 건 곳은 한 군데가 아니다. 1000만달러(약 132억원)를 7곳으로 분산시켰다. 이 중 일부를 걷으러 간 것이다. 일정은 다음과 같다.
현지시간 금요일인 11일 오후. 개인용 제트기로 공항에 도착했다. 시저스 팰리스 호텔에 먼저 들른다. 레스토랑에서 가벼운 저녁을 마쳤다. 여기서는 3000만 달러(약 396억원)를 회수했다. 지난 5월, 1/10의 확률로 300만 달러를 베팅했다. 그 수익금이다. 지급 방식은 수표(체크)였다.
곧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이다. 아리아 호텔이다. 번쩍이는 빌딩들이 즐비한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시저스 팰리스에서 멀지 않다. 이곳에서는 객실도 무료 제공이다. 3시간 쪽잠을 자고, 새벽 3시에 일어났다. 그리고 1000만 달러(약 132억원)를 현금으로 수령했다. 7월에 1/5 확률로 베팅한 200만 달러에 대한 보상이다.
볼 일은 끝났다. 다시 공항으로 간다. 여기서는 약간의 퍼포먼스가 가미된다. 소품으로 외발 수레가 등장한다. 무거운 것을 옮기는 공사장 기구다. 여기에 현금 1000만 달러를 가득 쌓는다. 그리고는 전용기에 실었다. “수레 바퀴에 펑크가 났어요. 이렇게 무거운 건 또 처음이네.” 승자의 플렉스가 SNS로 생중계됐다. 휴스턴으로 귀향이다. 그곳 공항에는 무장한 현금수송차가 대기했다. 은행 금고까지 삼엄한 경계가 펼쳐진다.
별명 ‘매트리스 맥’을 얻게 된 스토리
1951년 미시시피 스타크빌 태생이다. 성장한 곳은 텍사스 댈러스다. 대학시절 풋볼(미식축구) 선수로 뛰었다. 3학년까지만 마쳤다. 첫 직장은 편의점 알바다. 여기서도 오래 가지 못했다. 해고됐다.
그 다음 일자리가 가구점이다. 꽤 적성에 맞았던 것 같다. 그 길로 계속 나가게 됐다. 그의 나이 30세(1981년) 때다. 신혼 살림을 휴스턴에서 꾸렸다. 전재산 5000달러(약 660만원)을 털어 가구점을 오픈했다. 종업원에서 일약 사장이 된 것이다. ‘갤러리 퍼니처’란 이름이다.
말이 오너다. 버려진 공원의 허름한 매장이다. 도둑이 들까봐 집에도 못 간다. 몇 주 동안 그곳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새댁인 아내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사업은 괜찮았다. 당시 휴스턴은 경기가 좋았다. 자동차, 석유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할 때다. 새 집들이 늘었고, 가구 수요가 넘쳤다.
그런데 오래 가지 못했다. 매출이 뚝뚝 떨어진다. 회복하려고 광고에 매달렸다. 집집마다 전단지를 돌리고, 여기저기 홍보물을 뿌렸다. 반응은 시큰둥하다. 마지막 자금 1만 달러(약 1300만원)가 남았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TV 광고에 올인했다. 하지만 마찬가지다. 소생의 기미가 없다.
최후의 발버둥이 시작된다. 본인이 TV카메라 앞에 섰다. 흐리멍텅한 CF 카피 대신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큰 목소리로 엄청 빠르고, 정열적으로 이런 구호를 외쳤다. “갤러리 퍼니처로 오세요. 돈을 절약하세요.”
지성이면 감천이다. 이게 먹혔다. 사장이 출연한 광고는 화제가 됐다. 손님들이 돌아왔다. 광고는 점점 업그레이드 된다. 나중에는 매트리스 분장을 하고 등장했다. 마치 스펀지밥 탈을 쓴 모양이다. 그 때 붙은 별명이 ‘매트리스 맥’이다. 지금도 그의 풀 네임은 이렇게 불린다. 짐 ‘매트리스 맥’ 매킹베일(Jim ‘Mattress Mack’ McIngvale).
새로운 마케팅 전략 - 스포츠 베팅에 눈을 돌리다
사업은 번창했다. 이제 고급화의 길로 선회한다. 대중적인 저가 위주에서, 고가의 가구로 부가가치를 높였다. 아울러 고객 중심을 경영의 모토로 삼았다. 당시로는 (특히 미국에서) 획기적인 당일 배송을 원칙으로 했다.
홍보에 대한 신념은 확고하다. 광고로 성공한 탓이다. 할리우드 영화 제작에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배우 척 노리스와 인연도 이 때 생겼다. 이후 갤러리 광고 모델로도 기용됐다. 2015년 3.8에이커(약 4640평) 규모의 세번째 매장을 오픈했다. 가구만 전시된 곳이 아니다. 원숭이가 놀고, 수족관에는 상어도 있다. 가족들의 놀이공원이다.
TV광고, 영화. 그 다음 눈길이 간 곳은 스포츠다. 내기를 통해 세상의 열정을 끌어들였다. 2017년부터다. 우주인들이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상대는 다저스다. “우리가 이기면 매트리스를 공짜로 드립니다.” 3000달러(약 400만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전액 환불해준다는 내용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애스트로스가 이겼다. 이 베팅으로 1000만 달러가 넘는 손실을 입었다.
MLB뿐만 아니다. 수퍼보울(풋볼), 농구, 심지어 경마까지 이런 식의 프로모션을 건다. 덕분에 구단의 VIP다. 치어리더 앞자리는 그의 지정석이다. 미닛메이드파크의 인싸는 물론이다. 나타나면 사인과 사진 촬영 요청이 쇄도한다.
필리스 팬과의 F워드 설전도 서슴없이
이번 월드시리즈는 그에게도 절정의 무대였다. 스포츠 베팅 사상 최고액의 잭팟을 해냈다. 게다가 6차전에는 시구까지 맡았다. 그리고 3차전 때(0-7 휴스턴 패배) 일이다. 원정까지 따라가서 사건에 휘말린다. 술 취한 필리스 팬과 시비가 벌어졌다.
상대는 예전의 스캔들(사인 훔치기)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호세 알투베를 헐뜯고 비난한다. 주변은 아랑곳 않는다. 그러자 71세의 노익장이 폭발한다. F단어를 쉴 새 없이 쏟아낸다. 속사포 ‘매트리스 맥’을 잘못 건드린 것이다. 이 장면은 SNS를 통해 휴스턴으로 중계됐다. 조회수가 100만을 넘겼다. 우주인들 사이에서 영웅이 됐다.
사실 이번에 딴 7500만 달러는 남는 게 많지 않다. 상당액은 고객들에게 돌려줄 돈이다. 매년 해왔던 프로모션이다. 3000달러 이상 구매자에게 환불해준다. 그리고 그동안 손해본 것 만회한 정도다. 그럼에도 그는 멈출 생각이 없다. 도대체 왜 이러냐는 질문이 쏟아진다. 그럼 이렇게 답한다. “지겹잖아. 사는 게 뭐 있어? 지루하면 안되지. 이거 안 하면 좀이 쑤실 것 같아. 그래서 그래.”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