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선배님이랑 닮았다는 소리 많이 들었다.”
한화는 최근 독립리그 MVP 출신 우타 외야수 이정재(23)와 육성선수 계약을 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7월 독립야구단 가평 웨일스에서 다시 야구를 시작한 이정재는 올 시즌 37경기 타율 4할6푼7리(137타수 64안타) 8홈런 57타점 17볼넷 24삼진 OPS 1.360으로 활약했다. 타율·안타·타점·OPS 1위, 홈런 2위로 경기도리그 MVP도 거머쥐었다. KBO리그 출신 고양 위너스 외야수 송우현(전 키움)보다 더 좋은 성적으로 리그를 폭격했다.
인천 동산고 출신 이정재는 178cm로 키가 크진 않지만 98kg 육중한 체중으로 파워를 뽐낸다. 빠른 배트 스피드로 강한 타구를 생산하는 거포 유형. 자신의 존에 오는 공을 놓치지 않는 공격성을 지녔다. 거포 외야수 자원을 찾던 한화가 지난 9월말 입단 테스트를 통해 이정재를 영입했다.
지난 1일부터 한화 퓨처스 팀 서산 마무리캠프에 합류한 이정재는 “야구를 계속 할 수 있어 좋다. 한화에서 좋은 기회를 주신 만큼 더 열심히 노력해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며 “프로는 확실히 파트별로 체계적이다.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것도 많다. 잘 배워서 내게 접목시키겠다”고 말했다.
고교 졸업반 시절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이정재는 야구를 그만둘까 고민도 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수행하면서 다시 야구에 대한 열망이 피어올랐다. 소집 해제 전부터 독립야구단을 수소문했고, 가평에서 다시 배트를 잡았다. 1년 반을 고생한 끝에 프로 무대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정재는 “가평 웨일스에 간 것이 잘됐다. 감독님, 코치님께서 1부터 10까지 내가 하고 싶은 야구를 다 할 수 있게 해주셨다. 마음 편하게 야구했다. 가평에 갇혀 살면서 진짜 야구만 했다. 연습한 만큼 성적으로 나온 것 같다. 그 부분에 있어선 떳떳하다”며 자신의 노력에 살짝 자부심도 보였다.
이정재는 원래 포수 출신이다. 체형 자체가 전형적인 포수이지만 고교 시절 어깨 부상 때문에 미트를 내려놓았다. 이후 코너 외야수와 1루수를 보고 있다. 이정재는 “어릴 때부터 해온 포수를 그만둔 게 아쉽지만 팔이 아파서 어쩔 수 없었다”며 “내 장점은 타격이다. 타구 스피드가 빠른 편이고, 한화에서도 장타를 기대하고 뽑아주신 것이다. 기대에 걸맞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롤 모델은 KBO리그 역대 최다 6번의 홈런왕을 차지한 우타 거포 박병호(KT). 박병호 역시 성남고 시절 포수 출신으로 프로에 와선 1루수로 자리잡았다. 이정재는 “어릴 때부터 박병호 선배님을 되게 좋아했다. 중학교 때 야구 하이라이트를 보면 맨날 홈런을 치셨다. 보면서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박병호 선배님 닮았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하관이 많이 닮았다”며 웃어 보였다.
아직 우상과 직접 얼굴을 본 적은 없다. 1군에 올라가 1루에서 박병호를 만나보고 싶다는 이정재는 “좋아하는 야구를 오랫동안 하고 싶다. 남들보다 늦게 프로에 온 만큼 오래 야구했으면 좋겠다”며 “한화에는 독립리그 출신 선수들이 많다. 동기 부여도 되고, 희망이 된다. 나도 1군 가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이글스파크에서 홈런 많이 치겠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