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후 “쉴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구자욱(삼성)이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서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5년 최대 총액 120억 원의 조건에 계약한 구자욱은 90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9푼3리 120안타 5홈런 38타점 69득점 11도루에 그쳤다.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를 입은 구자욱은 저연차 선수 위주로 구성된 마무리 캠프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진만 감독도 구자욱의 강한 의지를 높이 샀고 후배들과 함께 땀 흘릴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13일 일본 오키나와 아카마 볼파크에서 만난 박진만 감독은 “구자욱이 한 번쯤은 내게 와서 힘들다고 할 줄 알았는데 훈련 프로그램을 모두 소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젊은 선수들과 열심히 훈련하며 시즌 때보다 체중이 더 빠졌다. 구자욱의 마음가짐이 참 좋다. 레귤러 멤버가 이곳에 와서 그렇게 하는데 후배들도 열심히 보고 배운다”고 만족해했다.
4~5년 만에 마무리 캠프에 참가하는 것 같다는 구자욱은 “(마무리 캠프를 자청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시즌 끝나고 1주일 정도 쉬었는데 지금 부족한 부분을 채우지 않는다면 내년 스프링 캠프 때 시간이 촉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부터 여유를 두고 준비하는 게 맞다고 판단해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몸이 아픈 것도 아니고 쉬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사실 훈련이 엄청 힘든데 좀 더 집중하다 보면 힘든 것도 이겨내게 된다. 그만큼 성과가 나오는 것 같아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자욱은 “시즌을 치르다 보면 타격 자세가 몇 번씩 바뀌기도 하는데 제가 생각할 때 자주 바뀌면 안 좋은 거 같다. 그렇기 때문에 시즌 내내 꾸준하고 안정감 있는 플레이를 하기 위해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다.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 수비 훈련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전했다.
이재현, 김영웅, 조민성 등 올 시즌 프로 무대에 데뷔한 후배들과 10살 차이가 난다. 그만큼 선배로서 책임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이 친구들과 더 오래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러닝 훈련이 가장 힘들다. 지금껏 살면서 이렇게 많이 뛰어본 적은 처음이다. 포기하고 싶다가도 후배들이 있으니 더 열심히 뛰게 된다. 기술 훈련할 때 흐트러질 법도 한데 후배들이 보고 있으니 좀 더 힘을 내게 된다. 후배들이 함께 해줘서 고맙다. 제겐 큰 원동력이다”.
마무리 캠프에 참가 중인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건네고 싶은지 물었다. “지금 당장 결과를 내야 하는 건 아니다. 마무리 캠프는 오롯이 자신을 위해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지금 열심히 하다 보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분명히 좋아지는 부분이 생길 테니 하나라도 얻어갔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는 덕분일까. 그는 “휴식일은 하루가 아주 짧게 느껴진다.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쉬는 날에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생겼다. 평소에 아침에 못 일어나는 편인데 알람 없이도 눈이 떠진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야구를 사랑하는 구자욱은 “지금까지 힘들어도 제가 좋아서 하는 거고 좋아하기 때문에 힘든 걸 이겨내는 거다. 끝까지 그 마음을 유지하고 싶다. 부상 없이 마무리 캠프를 소화하고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 저 또한 많이 얻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