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조금 넘는 기간. 야구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JTBC 예능 ‘최강야구’ 출연은 한경빈(24·한화)에게 큰 터닝 포인트였다.
‘최강야구’는 은퇴한 레전드 선수들이 뭉쳐 전국 야구팀들과 맞붙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예능이지만 웃음기를 빼고 진지하게 야구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은퇴 선수들과 함께 프로 진출을 목표로 하는 아마추어 선수들도 합류했다.
동의대 포수 윤준호(두산), 단국대 내야수 류현인(KT)과 함께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 소속 내야수 한경빈도 최강야구 초대 멤버로 들어왔다. 인천 동산고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한경빈은 인천재능대를 거쳐 군대를 다녀온 뒤 파주 챌린저스에서 야구 인생을 이어갔다. 누구보다 야구가 절실한 선수였고, 최강야구 제작진도 여러 후보 중 그를 섭외했다.
최강야구를 통해 이름을 알리며 독립리그에서 활약한 한경빈은 5월말 한화와 육성선수 계약을 맺고 꿈에 그리던 프로에 발을 내딛였다. 최강야구 선배들이 다 같이 축하하는 모습이 방송을 타면서 잔잔한 감동을 줬다. 당시 회식을 연 이승엽 감독이 “오늘은 한경빈의 미래를 위하는 자리”라며 건배사를 외치기도 했다.
한경빈은 “한 달 조금 넘게 같이 했다. 다시 태어나도 잊지 못할 기회였다. 대선배님들과 언제 그렇게 같이 야구를 할 수 있을까”라며 “이승엽 감독님, 정성훈 선배님이 그때 알려주신 타격폼으로 지금도 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에 온 뒤 초반에는 적응기가 있었지만 한 번 고비를 넘은 뒤 순풍을 탔다. 올 시즌 2군 퓨처스리그 47경기에서 133타수 44안타 타율 3할3푼1리 1홈런 29타점을 올렸다. 151타석에서 삼진 11개로 삼진율이 7.3%에 불과했다. 컨택 능력을 확실히 보여줬다.
한경빈은 “프로 생활이 처음이다 보니 초반에는 적응이 안 됐다. 경쟁해야 할 선수들도 많고 걱정이 앞섰다. 육성선수 신분이다 보니 빨리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스트라이크존도 아마추어랑 다르게 많이 좁아 나쁜 공에도 손을 대고 그랬다”며 “정현석 코치님이 존을 좁게 보고 눈에 가까운 공을 쳐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이상훈 코치님도 도와주시면서 9월부터 적응이 되기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9월 이후 마지막 20경기 타율은 4할(60타수 24안타).
삼진율이 낮은 것에 대해서도 한경빈은 “고교 시절부터 삼진이 적었다. 나의 체격 조건(178cm 77kg)으로는 장타를 칠 확률이 낮으니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데 신경 썼다”며 “파주에서 김경언 코치님을 만나 겨울 캠프 때부터 타격이 많이 늘었다. 폼은 바뀌지 않았지만 힘 쓰는 메커니즘을 바꿨다. 내가 힘이 없는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비는 주 포지션이 유격수이지만 한화에선 내야 전 자리를 봤다. 한경빈은 “고교 때 외야도 봤다. 수비는 내 장점이고, 자신 있다. 한화에 뽑힌 것도 방망이보다 수비 때문이라고 들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보완점으로는 체력을 꼽았다. “시즌을 처음 치르다 보니 9kg이나 빠졌다. 체중, 체력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겨울에 웨이트로 몸을 불리겠다”는 것이 한경빈의 말이다.
우여곡절이 많은 야구 인생이었지만 아직 만 24세. 앞으로 보여줄 게 많은 나이다. 한경빈은 “서산에 오시는 팬 분들이 항상 ‘내년에 대전에서 봤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내년에는 1군이 있는 대전에서 야구하고 싶다. 대전 홈 개막전에 도열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보이며 두산 사령탑이 된 이승엽 감독과 대결도 기대했다. “이승엽 감독님을 1군에서 만나면 울컥할 것 같다. 그만큼 내가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독님도 두산에 가신 뒤 ‘열심히 해서 위(1군)에서 보자’는 말씀을 하셨다”며 1군에서의 승부를 고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