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7월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일야구 레전드 매치에서 가장 주목받은 선수는 ‘할아버지 투수’ 무라타 조지였다. 1949년생으로 당시 만 63세였지만 최고 126km 직구를 뿌리며 한국 레전드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당시 대회 참가 선수 중 최고령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찍어 내리는 동작으로 ‘도끼 투구’로 좌중을 압도했다.
5회 구원으로 나서 첫 타자 류지현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이종범도 우익수 뜬공 처리했다. 볼넷과 안타 2개에 실책이 겹쳐 2실점했지만 마운드에서 내려가지 않았다. 교체하려던 벤치를 향해 손을 내저은 뒤 김한수를 유격수 땅볼로 잡으면서 1이닝을 끝까지 책임졌다. 총 투구수 38개.
10년 전 한국을 찾아 한일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던 그 할아버지 투수가 세상을 떠났다. ‘스포츠호치’를 비롯해 일본 언론에 따르면 무라타는 지난 11일 도쿄 자택에서 화재로 숨을 거뒀다. 향년 73세.
이날 오전 3시10분 자택 2층에서 화재가 발생한 뒤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오전 5시57분 사망이 확인됐다. 사인은 연기에 의한 일산화탄소 중독. 자세한 사고 원인 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일본 야구계도 침통함에 빠졌다.
팔꿈치 부상으로 선수 생활 기로에서 불굴의 투지와 결단으로 재기에 성공하기도 했다. 1982년 오른쪽 팔꿈치 부상을 당한 뒤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가 토미 존 수술의 창시자인 프랭크 조브 박사로부터 수술을 받았다. 당시 팔꿈치 수술이 흔치 않은 시절이라 재기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지만 보란듯 이겨냈다. 혹독한 재활을 거쳐 1985년 17승을 거두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수술 이후 팔꿈치 보호 차원에서 6일 휴식을 갖고 일요일마다 선발등판을 하면서 ‘선데이 조지’라고 불리기도 했다.
1989년 통산 200승 고지를 밟았고, 1990년을 끝으로 롯데 오리온즈 원클럽맨으로 은퇴했다. 22년 통산 604경기 215승177패33세이브 평균자책점 3.24 탈삼진 2363개. 탈삼진 1위 4회, 평균자책점 1위 3회, 다승왕 1회에 올랐다. 일본에서 통산 200승, 2000탈삼진 모두 넘은 선수는 13명뿐. 2005년 일본 야구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됐다.
선수 은퇴 후에도 꾸준히 몸을 만들었고, 60세가 넘은 뒤에도 130km대 공을 뿌려 화제를 모았다. 지난 9월에는 하네다 공항에서 보안검색원의 어깨를 밀쳐 폭행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사와무라상 심사위원직도 내려놓아야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안타까운 사고사로 유명을 달리 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