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훔치기’ 스캔들의 오명을 어느 정도 씻어내고 다시 챔피언에 오른 휴스턴 애스트로스. 하지만 우승 단장은 팀을 떠나게 됐다.
휴스턴 구단은 12일(이하 한국시간) ‘제임스 클릭 단장과 계약 연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라고 발표했다. 올해 5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사인훔치기 스캔들 이후 팀을 다시 정상 궤도로 올려놓은 단장이 더 이상 휴스턴과 함께하지 않는 것은 다소 의아한 대목이다.
일단 휴스턴은 계약이 만료된 더스티 베이커 감독과 계약을 1년 더 연장했다. 지난 2020년 1월 사인스캔들로 제프 루나우 단장이 징계를 받으면서 자리를 이어 받은 클릭 단장도 1년 100만 달러의 계약 연장 제의를 받았다. 클릭 단장은 다년 계약에 더 높은 연봉을 원했다. 그러나 결국 결별이 확정됐다.
휴스턴 짐 크레인 구단주는 성명을 통해서 “우리 구단은 그와 함께한 3시즌 동안 큰 성공을 거뒀다. 제임스(클릭)가 성공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개인적으로 감사를 표시하면서 그의 가족에 안녕이 기원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 보면 구단주와 단장 사이의 갈등 때문이었다. 이미 클릭 단장은 크레인 구단주와의 관계에 대해 “우리는 매우 다르다. 상사와 직원 간의 긴장된 관계도 해당이 될 것이다”라면서 “크레인 구단주는 까다롭지만 해야 할 일을 완수할 자원과 환경을 제공한다. 그러나 그는 빠르게 행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한다”라고 밝히며 어느 정도 갈등의 지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스포츠매체 ESPN은 ’휴스턴은 2017년 이후 필라델피아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지만 클릭 단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었고 둘 사이의 긴장감이 고조됐다’라며 ‘야구적인 운영을 결정하는데 크레인이 깊숙하게 관여했고 시즌이 진행되면서 클릭 단장을 향한 신뢰는 점점 약해졌다. 소식통에 의하면 공격적 성향의 포수 윌슨 콘트레라스 영입을 클릭이 추진하고 동의했지만 크레인 구단주가 퇴짜를 놓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명예의 전당 헌액자인 제프 배그웰과 레지 잭슨이 계속해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라며 구단 운영에 외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도 설명했다.
또한 이날 휴스턴은 클릭 단장과 함께해 온 스캇 파워스 부단장까지 해고했다. LA 다저스 R&D 팀 소속이었던 파워스는 클릭 단장이 부임하면서 휴스턴으로 함께 넘어왔다. 그러나 이날 클릭 단장이 물러나자 나란히 떠나게 됐다.
현지에서도 휴스턴의 결정에 대해 의문과 비판의 시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북미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의 브릿 지롤리 기자는 SNS에 ‘휴스턴 구단주 짐 크레인은 제임스 클릭이 아닌 다른 사람이 구단을 운영하기를 바랐는지 알 수는 없다(그러나 그는 분명히 원했다)’라면서 ‘고위직 임원에게 창피함을 심어줬다’라며 크레인 구단주의 운영을 비판했다.
CBS스포츠의 대니 비에티 기자도 자신의 SNS에 ‘어떤 스포츠에서 프랜차이즈 우승을 하고 일주일도 채 안되는 시간에 직원을 해고하거나 떠나게 내버려 두는 것을 본적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USA 투데이는 ‘구단은 클릭의 계약이 만료됐다고 발표했지만 해고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이치에 맞다. 사실 크레인은 최소 1년 동안 클릭의 뒤를 이을 승계작업을 암암리에 진행하고 있었다. 클릭 단장 밑에서 1년 동안 일한 뒤 향후 단장을 맡기기 위해 여러 후보자들을 개인적으로 인터뷰했다. 대신 클릭도 자신의 조력자를 두게 했다’라’고 했다.
이어 ‘클릭이 단장을 맡은 뒤 휴스턴은 2020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고 지난해 월드시리즈 준우승, 올해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면서 사인스캔들 전임자였던 루나우 단장과 AJ 힌치 감독 없이 성공을 이어갔다. 올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팀에서 루나우 전 단장이 드래프트를 하고 계약한 선수가 26명 중 19명이었다. 루나우는 크레인의 신뢰를 받았지만 클릭은 신뢰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하며 양 측의 신뢰관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