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며칠 전이다. 이천 챔피언스 파크에 뉴스 메이커가 등장했다. 트윈스의 신임 염경엽 감독이다. 줄무늬 유니폼이 어울린다. 마무리 훈련이 한창이다. ‘주루에 대해 열정적으로 지도했다’는 보도다.
오랜만의 컴백이다.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LG 감독을 맡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중략) 팬들한테 인정받는 감독이 가장 행복한 감독이다. 그런 감독이 되는게 꿈이다. 실패하면 이제 감독으로는 은퇴해야 한다. 내 자존심상 안 할 것 같다. 아무리 어디서 기회를 준다고 해도…. 마지막 기회를 잘 살리고 싶다.”
결연하다. 단호하고, 확실하다. 목표 의식이 뚜렷하다. 그런데 그 다음이 좀 이상하다.
“또 실패를 반복한다는 건 내가 능력이 없는 것이고, 실력이 없는 것이다. 주어진 3년이지만, ‘2.년. 안.에. 뭔.가.를. 해.야. 되.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계약 기간은 알려진 대로 3년이다. 그 전에 목표를 이루겠다는 의미다. 즉 2년 내에 우승하겠다는 의지다.
과연 현재 시점에 타당한 얘기인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정황상 맞지 않다. 논리적으로, 그리고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못하다.
왜? 이번 인사의 배경이 너무나 뚜렷하기 때문이다. 전임 감독은 구단 역대 최다승(87승)을 올렸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럼에도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유는 딱 하나다. 10월의 실패 탓이다.
그럼 후임의 일은 분명하다. 한을 풀어야 한다. 오랜 염원을 이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기다. 몇 년 후, 또는 중장기적인 목표는 곤란하다. 당장의 과제여야 한다. 흔히 말하는 ‘윈 나우’다. 염 감독 스스로도 밝혔다. “계약 전에 김인석 사장께서 딱 얘기하시더라. ‘LG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 싶은 팀이고, 우승하고 싶은 팀’이라는 말씀이었다.”
물론 ‘2년 내’라는 표현은 우회적일 것이다. ‘2년 후’와는 분명히 다르다. 1년이 될 수도 있고, 2년이 될 수도 있는 의미다. 게다가 신임 감독이 ‘첫 해부터…’ 운운하면, 섣부르다는 인상을 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야인이 된 김태형 전 두산 감독의 경우다. “캠프 첫 날부터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시작한다. ‘난 올해 우승할 거야. 그러니까 알아서들 해.’” 뭐 뜨악한 느낌도 있다. 하지만 분명하고, 직접적이다. 그만큼 강렬한 메시지가 전해진다.
리더는 그래야 한다. 방향 제시가 선명해야 한다. 인사권자가, 그리고 무엇보다 팬들의 기대는 강렬하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올해의 실패 탓에 열망은 더 커졌다. 재고의 여지는 없다. 유일하고, 결연한 목표다. 돌아볼 겨를은 없다. 오로지, 당연하게. 지금 당장의 과제여야 한다.
‘2년 내에…’ 따위의 여지는 용납될 수 없다. 그건 한가한 소리다. 그리고 착각이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