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화 퓨처스 팀이 북부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데 있어 이 선수를 빼놓을 수 없다. 퓨처스리그 통틀어 최다 15승을 올린 좌완 투수 송윤준(30)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 38경기 모두 구원등판, 51이닝을 던지며 15승2패1세이브5홀드 평균자책점 3.18 탈삼진 47개로 활약했다.
최원호 한화 퓨처스 감독은 “선발이 일찍 무너지거나 안 좋을 때 급하게 몸을 풀고 나가야 할 투수가 필요했다. 송윤준이 그런 역할을 잘해줬다. 멀티 이닝까지 궂은일을 묵묵히 소화했다”며 “어린 선수들은 경기에 나가 자신감을 얻게 해줘야 한다. 좋을 때 모습으로 내려오거나 부담없는 상황에 나갈 수 있게 송윤준이 많이 도와줬다”고 고마워했다.
퓨처스리그라도 15승, 다승왕이 주는 의미는 크다. 송윤준은 “중간투수이다 보니 시즌 중반까지 승수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희한하게 내가 던진 다음 이닝에 타자들이 점수를 낸 경기들이 많았다. 운이 많이 섞였다”며 “시즌이 끝나고 나서 보니 좋은 기록을 올린 것 같다”면서 쑥스러워했다.
어린 선발들의 육성 및 보호 전략에 따라 송윤준은 경기 초반부터 몸을 풀 때가 많았다. 그는 “사실 제 나이대에 공이 좋으면 경기 후반에 던지는 게 맞다. 하지만 냉정하게 공이 작년보다 좋지 않았고, 초중반에 많이 나가야 했다. 항상 팔이 빨리 풀릴 수 있게 맞춰 놓고 연습했다”며 “올해 퓨처스 팀도 경쟁 체제라 선수들이 각자 자리를 지키기 위해 경쟁했다. 그러다 보니 결과가 좋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왼손 스리쿼터로 까다로운 팔 각도에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하는 송윤준은 “1군에선 좌타자 피안타율이 너무 높았다. 체인지업이 주무기라 우타자는 편한데 오히려 좌타자 상대가 어려웠다. 올해는 그래도 2군에서 좌타자 피안타율을 낮췄다. 팔을 낮춰 스리쿼터로 던지다 보니 좌타자들이 시각적으로 불편해한 것 같았다”며 “구속도 조금 더 늘면 좋겠지만 제구나 변화구 퀄리티 등 세부적인 것을 보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천안 북일고 출신으로 지난 2011년 4라운드 전체 31순위로 LG에 지명된 송윤준은 2017년 시즌 후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야구를 포기하지 않고 2018~2019년 2년간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고, 2020년 한화 육성선수로 계약하며 프로 무대에 복귀했다. 2020년 26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4.30, 2021년 17경기 2홀드 평균자책점 3.55로 1군에 나름 힘을 보탰지만 올해는 단 3경기로 대부분 시간을 2군에 머물렀다.
아무리 2군 성적이 좋아도 선수가 1군에 가지 못하면 동기 부여를 하기 어렵다. 하지만 퓨처스 최원호 감독과 박정진 투수코치가 그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송윤준은 “감독님이 기술적인 부분은 늘 냉정하게 말씀하지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주신다. 경기에 나갈 기회도 많이 주셨다”며 “박정진 코치님에겐 멘탈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힘들고 지친 시기가 있었는데 먼저 상담도 해주시고, 본인 일처럼 진심을 담아 나를 일으켜주셨다”고 감사해했다.
송윤준은 오는 17일 열리는 2022 KBO 시상식에도 참석한다. 북부리그 다승왕 수상자 자격으로 초대를 받았다. 그는 “2013년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감투상을 받은 것 말고 상을 받은 적이 없다. 시상식에도 처음 간다. 상을 받으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며 “부모님 얘기를 하고 싶은데 그건 (1군에서) 수훈 선수가 된 뒤 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올해 2군 15승을 발판 삼아 내년에는 1군 재진입을 꿈꾸고 있다. 어느덧 30살이 넘은 그는 “올해 최원호 감독님이 주신 기회가 아니었으면 시즌 후 팀에서 나가야 했을 것이다. 15승 덕분에 1년 더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며 “내년에는 초연하게 해보려 한다. 프로에 다시 돌아올 때 마음가짐으로 결과에 신경 쓰지 않고 과정에 집중하겠다. 내년에도 1군에서 활약이 없다면 팀을 떠나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결과보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서 초연하게 해보겠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