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그룹 부회장이자 SSG 랜더스 구단주인 정용진 씨(54)는 재계에서는 드물게 77만여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지닌 인플루언서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소소한 일상이 빼곡히 담겨 있는데, 여느 사람들처럼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떠나고, 친한 사람들과 식사를 즐기며, ‘소확행’을 부르는 취미와 취향을 따르는 모습이 과장되지 않게 등장한다.
그런데 최근 며칠간의 인스타 행보에는 그의 관심이 어느 지점에 콱 꽂혀 있는지 잘 드러난다. 시쳇말로 ‘야구에 진심인’ 구단주의 모습이 SSG의 가을야구 행보에 따라 여과 없이 기록돼 있다.
시작은 11월 7일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서다. 정 구단주는 경기장인 인천 SSG랜더스필드로 가는 차 안에서 랜더스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사진에 달린 멘트는 “출격 준비 중”이다. 2승 2패에서 맞는 5차전의 무게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 팔로워가 “형 포수 좀 어떻게 해줘요”라는 메시지를 올리자 정 구단주가 “기다려 보세요”라는 답글을 달아 파장을 일으킨 바로 그 사진이다.
이어지는 게시물은 2022년 한국시리즈 최고의 명장면으로 기록될 영상이다. SSG가 2-4로 뒤지던 9회말 무사 1, 3루에서 대타 김강민이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는 바로 그 장면이다. 이 영상에 단 정용진 구단주의 소감은 “이 게 야구지”였다.
김강민의 한 방으로 승기를 확인한 정용진 구단주는 이틀 연속 야구장을 찾는다. 11월 8일의 첫 사진은 정 구단주가 SSG 2022 한국시리즈 후드티를 입은 모습이었다. 메시지는 짧고 굵게 “출격”이었다.
이후부터는 우승 확정 후 감격에 북받친 순간들이 이어진다. 헹가래를 받고 있는 구단주의 모습과 ‘꽃가루 눈물씬’을 대표 사진으로 내건 우승 자축 세리머니 앨범이 걸렸다. 헹가래 사진에는 “내년에도 이거 받고 싶음. 중독됐음”이라는 글귀가 붙었고, 우승 세리머니 사진에는 “드려 상륙”이라는 표제가 달렸다.
‘정용진 인스타그램’의 단골메뉴인 가족도 빠지지 않았다. 부인 한지희 씨의 목에 우승 메달이 걸린 사진을 올리며 “우승메달 사모님 목에 걸어 드렸습니다”는 설명을 썼다.
10일 올린 마지막 사진은 SSG 랜더스의 2022년 한국시리즈 우승 엠블럼이다. 엠블럼에는 사상 첫 와이어투와이어 챔피언(The First wire-to wire)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평정을 찾은 정용진 구단주는 우승 열기를 가라앉히고 팬들에게 보내는 감사 인사를 올렸다.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모두 제치고 인천 문학구장 홈 관중 동원 1위…. 여러분 덕분에 오늘 우리가 있습니다. 이 모든 영광 여러분과 하나님께 돌리겠습니다. 여러분이 계셔서 진짜 행복한 시즌 보냈습니다. 내년 시즌엔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와서 세상에 없던 야구 신나는 야구 보여드리겠습니다. #랜더스여영원하라”
“출격 준비”에서 시작한 SSG 정용진 구단주의 가을 야구는 “와이어투와이어”로 막을 내리고 있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