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의 영원한 캡틴 박경수(38)가 내년에도 마법사 군단의 정신적 지주를 맡는다. 베테랑 파워가 절실한 KT에겐 희소식이다.
KT 위즈 관계자에 따르면 박경수는 2022시즌을 마치고 이강철 감독, 구단 프런트와의 상의 끝에 현역 생활을 1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1984년생인 박경수의 내년 나이는 39살이다.
LG 시절 평범한 내야수였던 박경수는 KT 이적을 통해 뒤늦게 커리어의 꽃을 피웠다. 2014시즌을 마치고 4년 총액 18억2000만원에 KT로 둥지를 옮겨 2020년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에 성공했고, 2016년 데뷔 첫 3할 타율, 2018년 25홈런을 치며 마법사 군단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3년 총액 26억원의 두 번째 FA 계약, 생애 첫 우승반지, 한국시리즈 최고령 MVP 등 경사가 뒤따랐다.
박경수는 팀 KT의 살아 있는 역사다. 실력은 물론이고 2016년부터 3년 연속 주장을 맡으며 신생팀의 1군 정착에 큰 힘을 보탰다. 과거 김진욱 제2대 감독은 “박경수만큼 리더십과 인성이 좋은 선수는 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모든 걸 다 이룬 박경수는 2022시즌을 앞두고 종전 4억원에서 28% 삭감된 2억9000만원에 연봉 계약했다. 기장 스프링캠프서 프로 20번째 시즌은 후배들의 뒤를 받치는 조력자가 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박경수는 38살의 늦은 나이에도 조력자가 아닌 KT의 핵심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KT 이강철 감독은 통합 2연패를 이끌 주장으로 일찌감치 박경수를 낙점했고, 내야진을 구상하면서 “박경수가 올해도 주전 2루수를 맡아줘야 한다”고 신뢰를 보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올해 퍼포먼스는 실망의 연속이었다. 에이징커브 직격탄을 맞으며 100경기 타율 1할2푼 3홈런 10타점의 슬럼프를 겪었다. 여기에 잦은 부상으로 오윤석이 2루수를 맡는 경기가 더 많았다. 박경수는 포스트시즌에서도 꾸준히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6경기 타율 7할7푼의 부진 속 수비에서만 제 역할을 해냈다.
그럼에도 박경수는 은퇴가 아닌 현역 연장을 택했다. 베테랑이 필요한 팀 KT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기 위해서다. 그리고 냉정히 말해 KT 2루에는 아직 박경수만큼 수비력이 좋은 야수가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에 심우준의 군 입대, 장준원의 장기 재활 등으로 내야진 공백이 생기며 큰형 박경수의 존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박경수 또한 부진을 딛고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시즌 또한 내야 및 클럽하우스의 리더로서 팀 KT를 이끌 박경수. 과연 올해의 부진을 털고 한국시리즈 최고령 MVP를 거머쥐었던 2021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39살에 태우는 마지막 불꽃의 열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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