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이지영(36)이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끌었다.
2019년 삼각트레이드로 키움에 온 이지영은 지난 3년 동안 박동원과 출전 시간을 나눠가지며 홈플레이트를 지켰다. 하지만 올해는 팀내 위치가 달라졌다. 함께 주전포수로 활약했던 박동원이 지난 4월 KIA로 트레이드 된 것이다.
박동원이 트레이드 되면서 단독 주전포수가 된 이지영은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137)와 수비이닝(994⅔이닝)을 소화했다. 특히 수비이닝은 리그 전체 포수 중에서 두 번째(1위 유강남 1008⅓이닝)로 많았다.
수비에서 중책을 맡았음에도 타격 성적도 놓치지 않았다. 이지영은 137경기 타율 2할6푼7리(420타수 112안타) 2홈런 37타점 OPS .634를 기록하며 2016년(116안타) 이후 6년 만에 100안타를 돌파했고 2019년(1홈런) 이후 3년 만에 홈런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이지영의 활약은 이어졌다. 포스트시즌 15경기에서 모두 선발 포수로 나서며 키움 수비를 이끌었다. 젊은 투수들이 많은 키움 투수진을 다독이고 이끌며 한국시리즈까지 팀을 끌고 갔다.
가을야구에서 이지영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이지영은 포스트시즌 15경기 중에서 교체된 것이 단 2번밖에 없었다. KT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9회 대타 김재현과 교체됐고,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는 9회 안타를 기록한 이후 대주자 김시앙과 교체됐다. 김재현은 수비이닝 1이닝을 기록했고, 김시앙은 수비 기회가 없이 경기가 끝났다. 이지영은 수비이닝 130이닝을 기록해 가을야구에서 1이닝을 제외한 모든 수비이닝을 홀로 책임졌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더하면 무려 1124⅔이닝을 소화한 것이다.
팀내 최고령에 가까운 나이에 엄청난 헌신을 해준 이지영에 대해 홍원기 감독은 “우리 팀의 숨은 MVP”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이 이야기를 하면 이지영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지영은 “나이를 먹었다고 신체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나이에 맞춰서 몸을 만들면 된다. 나도 밥을 많이 먹는 편이 아닌데 그래도 조금 많이 먹을 때는 다음날 와서 러닝을 하는 등 운동을 해서 체중을 조절한다. 작년보다 6~7kg를 줄였고 내년에는 여기서 더 뺄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스피드를 유지하기 위해 단거리도 많이 뛴다. 그렇다보니까 나이를 먹어도 신체능력은 똑같은데 야구를 보는 눈만 더 넓어진 것 같다. 그래서 올해 조금더 좋은 성적이 나지 않았나 싶다”라고 베테랑으로서 야구를 준비하는 마음가짐과 자신감을 이야기했다.
내년에도 키움의 주전포수 자리는 이지영이 지킬 가능성이 크다. 아쉽게 창단 첫 우승 도전에 실패한 이지영은 다시 한 번 팀을 가장 높은 곳에 올려놓기 위해 겨울 동안 구슬땀을 흘릴 것이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