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믿어보자'며 뽑은 기대주, 이제는 간판스타가 되다
-타고난 재능에 부단한 노력, 그리고 행운까지...
처음에는 반신반의였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괴물로 진화, 마침내 데뷔 6시즌 만에 최고 타자의 반열에 올랐다.
올 시즌 타율 등 ‘타격 5관왕’에 오르며 정규시즌 MVP의 유력한 수상후보로 떠오른 키움 히어로즈의 외야수 이정후(24) 이야기다. 히어로즈 구단이 처음 이정후를 지명할 때는 ’피를 보고 뽑는다‘는 심정으로 모험을 걸었다. 2017년 1차 우선 지명을 행사할 당시 이정후는 휘문고 3학년으로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었다. 하지만 투수가 아닌 야수에다가 호리호리한 체격으로 거포형이 아닌 이정후를 선뜻 지명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지금은 KIA 타이거즈 단장인 장정석 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이정후 지명 때를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장 단장은 “2016년 1차 지명 당시 나는 1군 운영팀장으로 스카우트 회의에 참가했다. 1차 지명 후보들을 놓고 장단점을 비교하며 치열한 논의가 이어졌다.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을 즈음 이장석 당시 구단주가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그래도 피를 믿어봅시다‘며 이정후를 선택했다”며 지명 배경을 설명한다.
이장석 구단주는 이정후가 한국야구 레전드 타자인 ’바람의 아들‘ 이종범(현 LG 트윈스 코치)의 장남임을 한 번 믿어보자는 생각이었다고. 또한 이정후가 기대한대로 잘만 하면 스타로 만들어 마케팅에도 한 몫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고. 신인 입단 계약금도 2억 원을 주며 넥센 구단으로선 통큰 투자였다고.
장 단장은 이정후에 대한 비화를 또 하나 더 밝혔다. 장 단장은 “2016년 시즌 후 내가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된 후에는 이정후가 운이 정말 좋았다. 원래는 다음 년도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정후는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그런데 외야 한 포지션에 부상자가 생기면서 이정후에게 기회가 갔다. 스프링캠프를 잘 소화해낸 후에도 기회는 계속됐다. 시범경기 출전 기회까지 이어졌고 경기에 나가서는 처음부터 맹타를 휘둘러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시범경기 첫 출전 경기에서 4안타, 다음 날 2안타, 그리고 3일째 3안타를 날리며 그대로 주전자리를 꿰차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운좋게 데뷔 첫 해부터 주전자리를 차지한 이정후는 지명할 때 기대한대로 펄펄 날았다. 2017시즌 신인왕 수상을 시작으로 2018시즌부터 4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 작년과 올해 타격왕 2연패 등 KBO 리그를 대표하는 간판타자 겸 히어로즈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피를 믿어보자‘는 말 이상의 성적으로 아버지 이종범의 기록들을 뛰어넘고 있다. 정교한 타격과 뛰어난 선구안, 그리고 천재적인 배트 컨트롤로 타격의 교과서가 돼가고 있다. 부족했던 장타력도 해를 거듭할수록 파워가 붙으며 향상되고 있다. 타고난 재능은 물론이고 꾸준히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시리즈에서 아깝게 준우승에 머문 뒤에는 팀동료들을 다독이며 ’리더‘의 모습도 보여주는 등 한층 성숙해지고 있다. 내년 시즌이 끝나면 해외진출 자격도 얻어 더 큰 무대에서 한국야구를 빛내 줄 스타로 기대되고 있다. 올해 팀동료로 빅리그 출신인 푸이그도 미국 메이저리그 성공을 예상하는 등 해외구단들이 눈독을 잔뜩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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