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진 라인업이 화려해졌다. 이른바 ‘역전의 용사’들의 귀환이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듯, 코칭스태프, 그리고 사령탑 간의 원활한 소통이 더욱 중요해졌다.
롯데는 지난 9일 1,2군 코칭스태프 보직을 모두 확정지었다. 가장 눈여겨 볼 대목은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베테랑 코치들이 1,2군 코칭스태프 곳곳에 포진했다는 것.
지난 8월 말 영입한 박흥식 2군 타격 코치의 보직이 1군 수석 겸 타격코치로 달라졌고 역시 2군 주루코치였던 전준호 코치가 1군 외야 및 3루 코치로 보직을 바꿨다. 김평호 코치는 1루로 이동해 주루코치 역할에 전담한다. 배영수 투수코치가 합류했고 최경철 배터리 코치를 새롭게 영입했다.
2군 감독 자리에는 이종운 전 감독이 돌아왔다. 이종운 전 감독은 2015년 롯데의 1군 사령탑을 맡았지만 한 시즌 만에 경질된 적이 있다. 이후 SK(현 SSG)에서 2019~2020년 2군 감독을 역임한 바 있다. 롯데로는 7년 만의 컴백이다.
성민규 단장 체제 이후 롯데는 선수들의 육성 기조와 함께 코치들도 함께 육성한다는 기조를 삼아왔다. 선수들과 소통에 능한 젊은 지도자들을 구단 차원에서 키워보려는 플랜을 짜기도 했다. 한때 2군 코치진 대부분이 이제 현역에서 갓 은퇴한 지도자들로 꾸려진 시기도 있었다. 이 코치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2군 감독이 현재 1군 감독인 래리 서튼 감독이었다.
지난해 허문회 감독이 경질되고 서튼 감독이 1군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이들은 대거 1군에 자리하게 됐다. 그리고 여기에 서튼 감독과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외국인 코치들이 주요 보직을 차지했다. 2020~2021년 행크 콩거 코치는 배터리 코치로 시작해 서튼 감독 부임 후 수석 코치로 승격했다. 라이언 롱 코치는 2020년부터 1군 타격 코치를 맡고 있었다. 2022시즌을 앞두고는 리키 마인홀드 코치가 투수파트에 영입됐다. 당초 투수 총괄로 영입했지만 부득이하게 1군 메인 코치를 맡게 됐고 로이스 링 피칭 코디네이터까지 영입됐다. 콩거 코치가 메이저리그로 떠난 뒤에는 제럴드 레어드 코치를 영입하며 외국인 코치 라인업을 재편했다.
하지만 롯데는 시행착오를 뼈저리게 체감했다. 경험이 일천한 코치들과 서튼 감독의 장악력에 의문부호가 따랐다. 여기에 외국인 감독에 외국인 코치들까지 포진했다. 선수들과 국내 코치진 사이의 의사소통 한계는 피할 수 없었다. 소통에 능하다는 서튼 감독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통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선수들과는 원활하지 않았고 국내 코치들과의 잡음도 흘러나왔다. 피드백을 한다고 했지만 시늉 뿐이었고 결국 팀 성적도 나아지지 않았다. 선수들의 역량과 경험 부족만을 탓하기에는 벤치 역량의 한계가 뚜렷했다.
결국 롯데는 4년 만에 외국인 없는 1군 코칭스태프를 꾸리게 됐다. 이미 리키 마인홀드 코치는 시즌 중 개인사를 이유로 팀을 떠났고 라이언 롱 코치는 2군 타격코치로 보직을 바꿨다. 제럴드 레어드, 로이스 링과는 재계약하지 않았다. 이제 1군에 남은 외국인은 래리 서튼 감독이 유일하다.
시행착오와 소통의 부재를 극복하고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역전의 용사’들을 불러들였다. 이미 지난해 김평호, 전준호 코치를 영입하면서 시즌을 시작했고 박흥식 코치까지 시즌 도중에 영입하면서 시행착오를 극복하려고 했다. 젊은 코치들과 외국인 코치들로만 꾸려진 코칭스태프의 실패를 롯데도 인정한 셈이었다.
경험 있는 베테랑 코치들이 대거 모이게 되면서 이제 벤치의 무게감은 10개 구단 중 가장 확실해졌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서튼 감독이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얼마나 수렴하고 반영하느냐다. 올해 시간을 거듭할수록 부각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전의 용사들을 불러모은 것이라고 풀이할 수밖에 없다. 선수들과의 가교 역할에 더불어 서튼 감독의 부족한 지점을 채워줘야 하는 게 베테랑 코치들의 역할이다. 육성과 함께 더 나은 성적을 위해서는 경험이 더해져야 한다는 구단의 의지가 담겨있다. 롯데의 2023년은 불통 없는 코칭스태프로 거듭나 한 팀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