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FA 시장은 포수 중심으로 흘러갈 듯 하다. 시장에서 최소한의 기준점도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는 듯 하다.
지난 8일, SSG 랜더스의 우승으로 한국시리즈가 마무리 됐다. 이제 KBO는 본격적인 스토브리그 체제에 돌입한다. 한국시리즈 종료 후 5일 이내에 FA 선수 명단이 공시되고 해당 선수들은 2일 이내로 권리 행사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KBO는 신청 마감 다음날 FA 선수들을 공시하고 다음날부터 해외 구단 포함 모든 구단과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 본격적인 FA 시장 개장이다.
올해 FA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포수 FA들의 거취다. 양의지(35⋅ NC), 박동원(32⋅ KIA), 유강남(30⋅ LG), 박세혁(32⋅ 두산), 이재원(34⋅ SSG) 등 10개 구단 중 절반인 5개 구단의 주전 포수들이 FA 시장에 등장하는 초유의 시장이 형성됐다. 양의지와 이재원은 지난 2018년 시즌이 끝난 뒤 첫 FA 자격을 취득했고 각각 4년 125억 원, 4년 69억 원의 대형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두 번째 FA를 얻게 된다.
우선 포수는 물론, 올해 FA 시장 통틀어서 최대어로 평가받는 양의지의 행보에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다. NC는 4년 전 양의지를 125억 원이라는 거액을 들여서 붙잡았고 2020년 결국 창단 첫 우승까지 차지했다. 양의지 효과가 어떤지 잘 알고 있기에 잔류가 더욱 절실하다. 원 소속구단인 NC를 비롯해 이승엽 신임 감독이 포수 보강을 천명한 두산, 모그룹의 투자 의지를 보여준 롯데, 양의지의 고향팀 KIA, 그리고 정용진 구단주가 포수 영입을 바라는 팬들의 외침을 외면하지 않은 우승팀 SSG까지 양의지에 관심을 보일 법 하다. 4년 전에는 사실상 NC의 단독입찰로 양의지 영입전이 허무하게 끝났지만 올해는 다르다. 치열한 경쟁이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다. 다시 한 번 100억대 FA 계약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다.
그렇다면 과연 다른 선수들의 몸값은 최소한 어느 선에서 형성이 될지도 관심사. 일단 최대어 양의지의 거취가 먼저 결정되고 다른 포수들의 행선지도 차례대로 정해지는 시나리오로 시장이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경쟁 입찰 여부에 따라서 시장가가 형성이 되기에 절대적인 비교는 힘들지만 지난해를 기준으로 삼으면 KT에 잔류한 장성우(33)의 4년 42억 원, 그리고 한화와 5년 54억 원에 계약하고 남은 최재훈(33)이 비교대상이다. 특히 흘러가는 시장을 보면 최재훈의 54억 원이 협상의 기준점이자 마지노선이 되는 시장의 분위기다.
일단 양의지 다음의 평가를 받고 있는 박동원은 올 시즌 도중, 키움에서 트레이드로 KIA에 넘어왔다. KIA는 2023년 2라운드 신인지명권에 현금 10억 원, 그리고 내야수 김태진까지 얹어주며 박동원 영입에 공을 들였다. FA를 앞둔 선수였지만 만만치 않은 출혈이었다. KIA는 당연히 박동원과 비FA 다년계약에 대한 생각을 품기도 했지만 실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결국 시장에 나선다. 하지만 KIA는 박동원의 잔류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물론 양의지 영입전에서도 발을 뺀 것은 아니지만 박동원 잔류에 힘이 더 실리는 최근의 흐름이다. 박동원이 없는 안방은 KIA도 상상할 수 없다. 박동원이 일단 협상의 키를 쥐고 있다.
양의지, 박동원에 이어 3번째로 높은 평가를 받는 유강남 역시 LG가 강하게 잔류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박동원과 마찬가지로 유강남 역시 LG 내에서 대체자원이 딱히 없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나이에 내구성까지 갖춘 주전포수는 어느 구단이라도 탐낼 수밖에 없다. 나이는 현재 FA 포수들 가운데 가장 어리지만 경험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유강남을 노리는 구단도 당연히 존재한다. 차순위일지라도 어느 팀에는 최우선 순위가 될 수도 있다. 선택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리고 박세혁과 이재원도 앞서 언급한 3명의 선수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경험 있는 베테랑 주전 포수에 대한 수요는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한화로 트레이드된 2017년부터 주전 포수로 도약한 최재훈은 이적 후 FA 계약 전까지 5년 동안 통산 603경기 타율 .277(1647타수 457안타) 15홈런 153타점 OPS .732의 생산력을 보여줬다. 연 평균 120경기 이상 출장했고 도루저지율은 28.1%였다. FA 계약 전까지 나름의 생산력과 수비력은 보여줬다. 다만 계약 첫 해였던 올해는 114경기 타율 2할2푼3리(364타수 81안타) 5홈런 30타점 OPS .641의 성적을 남기는데 그쳤다.
리그를 평정한 양의지, 성적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이재원 등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 포수들을 제외하고, 박동원, 유강남, 박세혁의 최근 5년 간의 타격과 도루저지율 지표는 최재훈의 FA 직전 5시즌 성적과 대동소이한 편이다.
▲박동원, 유강남, 박세혁 최근 5년 간 기록(2018~2022)
-박동원 : 405경기 타율 .261(1204타수 314안타) 51홈런 209타점 OPS .786 / 도루저지율 29.4%
-유강남 : 570경기 타율 .267(2085타수 557안타) 70홈런 296타점 OPS .750 / 도루저지율 22.6%
-박세혁 : 574경기 타율 .261(2559타수 407안타) 14홈런 207타점 OPS .685 / 도루저지율 23.6%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된다면 54억 원 이상을 부를 만한 이들의 근거도 나름대로 있다는 것. 결국 최소한의 기준점이 지난해 쵀재훈의 몸값부터 시작한다는 게 개연성 없는 얘기가 아니다. 여기에 경쟁까지 붙는다면 시장가는 당연히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향후 FA 시장에서 포수 매물 자체가 거의 없기에 외부에서 포수를 보강할 수 있는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기준점과 눈높이는 점점 올라갈 수밖에 없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