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도, 청보도, 태평양도, 현대도, SK도 못했다. 그런데 신세계가 2년만에 해냈다.
한국프로야구 40년사에서 인천야구는 늘 변방에 가까웠다. 수도권 팀이지만 서울의 LG 트윈스나 두산 베어스에 비해 팬동원력에서 한 수 아래였다. 하지만 신세계를 모기업으로 한 SSG 랜더스가 창단 2년만에 팀성적과 팬사랑 등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명실상부한 인기구단의 면모를 보여줬다. 한국시리즈 우승과 관중입장 1위를 동시에 달성, 인천연고 프로야구단의 새역사를 쓴 것이다.
그동안 인천을 연고로 했던 지난 날들의 팀들은 인기구단이라는 타이틀을 달지 못했다. 인천연고 프로야구 원년팀인 삼미 슈퍼스타즈와 2번째팀 청보 핀토스는 저조한 팀성적으로 인천팬들의 관심을 확 끌어모으지 못했다. 모기업의 지원도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 삼미와 청보는 지금은 사라진 기업이 됐다.
인천 야구팬들의 마음을 본격적으로 그라운드로 돌리기 시작한 것은 3번째팀인 태평양 돌핀스부터였다. 태평양은 앞선 팀들보다는 나은 선수단 투자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등 호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덕분에 인천팬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그 뒤로 태평양을 인수해 프로야구에 발을 내딛은 현대 유니콘스는 압도적인 투자 등 물량공세를 펼치며 팀을 정상권으로 단숨에 끌어올렸다. 1996년 창단 첫 해 한국시리즈서 아깝게 준우승에 머물렀으나 1998년 마침내 인천 연고팀으로는 최초로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러나 현대는 인천 연고권을 SK 와이번스에 내주고 수원으로 떠나며 인천팬들과 멀어졌다.
현대에 이어 2000년부터 인천을 연고지로 출발한 SK는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며 강팀으로서 면모를 유지했다. 2007년과 2008년 한국시리즈 2연패를 하는 등 ‘SK 왕조’를 이루며 인천의 안방마님으로 완전자리매김했다. 2010년, 2018년 우승으로 한국시리즈를 4번 제패했다. 팀성적을 꾸준히 내며 강호의 면모를 유지, 인천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하지만 팬동원력에서는 1%가 부족, 서울 인기구단들에 밀렸다. 3위권이 최고 관중동원 성적이었다.
그리고 SK는 2020년 시즌이 끝난 후 느닷없이 신세계에 야구단을 매각하고 프로야구판을 떠났다. 인천 연고 6번째팀으로 입성한 SSG 랜더스는 무서운 속도로 인천팬들의 마음을 파고들며 짧은 시간에 안착했다. 과감한 투자로 선수단 경기력을 높이는 한편 이례적이고 독특한 이벤트 등으로 인천팬들의 팬심을 사로잡았다. 그결과 올 시즌 10개 구단 중 최다로 많은 관중(98만2962명)이 인천문학구장을 찾게 만들었다. 인천연고구단 역대 최초로 1위관중 입장이었다. 한 번도 넘지 못한 서울 인기구단(LG, 두산)의 벽을 뛰어넘었다.
이런 SSG 랜더스의 ‘팬퍼스트’는 팀성적으로도 이어졌다. 올 시즌 내내 1위를 달리기 시작해 한국시리즈서도 키움 히어로즈는 꺾고 정상에 올랐다. 프로야구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다.
아낌없는 투자로 인천팬들과 선수단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정용진 구단주는 8일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된 후 감격에 겨워 눈시울을 붉혔다. 2년전 SK 와이번스를 1200억원이 넘는 거액을 주고 인수하며 “야구에 대한 열정은 진심이고, 우승하려고 팀을 샀다”고 밝혔던 정용진 구단주는 “우리팀에 개인상 수상자는 단 한 명도 없다. 하지만 우리팀은 관중입장 1위를 기록했다. 오늘 우승은 그동안 문학구장을 찾아주신 팬여러분 덕분”이라며 당당히 소감을 밝혔다.
정용진 구단주의 소감이 말해주듯 SSG 랜더스 야구단은 이제 인천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인천팬들의 자부심이자 상징이다. 창단 2년만에 정상에 오르며 연고지 팬들의 사랑까지 훔친 SSG 랜더스의 진심어린 야구단 사랑이 타구단에도 본보기가 될만하다. 연고지역의 시장 탓만 하지말고 투자를 열심히 하면 어느 구단 못지 않게 성적과 팬사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야구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SSG 랜더스와 정용진 구단주가 해냈다.
▲역대 인천 연고구단의 팀성적과 관중현황
연도 팀성적 관중현황
1982년 삼미 6위 최하위(1위 OB 베어스) 12만0951명 최하위 (1위 삼성 33만0467명)
1983년 삼미 3위 최하위(1위 해태 타이거즈) 33만2436명 5위 (1위 MBC 63만0814명)
1984년 삼미 6위 최하위(1위 롯데 자이언츠) 16만4947명 5위 (1위 롯데 42만9070명)
1985년 청보 6위 최하위(1위 삼성 라이온즈) 16만3980명 최하위 (1위 롯데 37만7971명)
1986년* 청보 6위(1위 해태, 최하위 빙그레) 17만6542명 최하위 (1위 롯데 52만3082명)
1987년 청보 7위 최하위(1위 해태 타이거즈) 15만3395명 최하위 (1위 롯데 58만3691명)
1988년 태평양 7위 최하위(1위 해태) 16만8726명 최하위 (1위 롯데 64만8661명)
1989년 태평양 3위 (1위 해태 타이거즈) 41만9498명 4위 (1위 롯데 58만4781명)
1990년 태평양 5위 (1위 LG 트윈스) 27만2200명 최하위 (1위 LG 76만8329명)
1991년* 태평양 5위 (1위 해태 타이거즈) 34만2593명 7위 (1위 롯데 100만1920명)
1992년 태평양 6위 (1위 롯데 자이언츠) 33만6967명 6위 (1위 롯데 120만9632명)
1993년 태평양 8위 최하위 (1위 해태) 30만4673명 6위 (1위 LG 115만4308명)
1994년 태평양 2위 (1위 LG 트윈스) 47만6277명 5위 (1위 LG 102만2324명)
1995년 태평양 7위 (1위 OB 베어스) 44만1957명 5위 (1위 LG 126만4742명)
1996년 현대 2위 (1위 해태 타이거즈) 47만5910명 4위 (1위 LG 96만4805명)
1997년 현대 6위 (1위 해태 타이거즈) 32만3123명 6위 (1위 LG 100만1680명)
1998년 현대 1위 31만0766명 5위 (1위 LG 57만7463명)
1999년 현대 드림 3위 (1위 한화 이글스) 23만4455명 5위 (1위 롯데 77만0260명)
2000년 SK 매직 4위 (1위 현대 유니콘스) 8만4563명 7위 (1위 LG 70만5115명)
2001년 SK 7위 (1위 두산 베어스) 17만8645명 7위 (1위 LG 70만7144명)
2002년 SK 6위 (1위 삼성 라이온즈) 40만2732명 3위 (1위 LG 63만7878명)
2003년 SK 2위 (1위 현대 유니콘스) 43만8966명 2위 (1위 LG 74만6858명)
2004년 SK 5위 (1위 현대 유니콘스) 33만7674명 3위 (1위 LG 62만0865명)
2005년 SK 3위 (1위 삼성 라이온즈) 45만8121명 4위 (1위 LG 75만4888명)
2006년 SK 6위 (1위 삼성 라이온즈) 33만1143명 4위 (1위 두산 72만6359명)
2007년 SK 1위 65만6426명 4위 (1위 LG 90만1172명)
2008년 SK 1위 75만4247명 4위 (1위 롯데 137만9735명)
2009년 SK 2위 (1위 KIA 타이거즈) 84만1270명 4위 (1위 롯데 138만0018명)
2010년 SK 1위 98만3886명 4위 (1위 롯데 117만5665명)
2011년 SK 2위 (1위 삼성 라이온즈) 99만8660명 4위 (1위 롯데 135만8322명)
2012년 SK 2위 (1위 삼성 라이온즈) 106만9929명 4위 (1위 롯데 136만8995명)
2013년* SK 6위 (1위 삼성 라이온즈) 91만2042명 3위 (1위 LG 128만9297명)
2014년 SK 5위 (1위 삼성 라이온즈) 82만9822명 4위 (1위 LG 116만7400명)
2015년* SK 5위 (1위 두산 베어스) 81만4349명 3위 (1위 두산 112만0381명)
2016년 SK 6위 (1위 두산 베어스) 86만5194명 3위 (1위 두산 116만5020명)
2017년 SK 5위 (1위 KIA 타이거즈) 89만2541명 5위 (1위 LG 113만4846명)
2018년 SK 1위 103만7211명 3위 (1위 두산 111만2066명)
2019년 SK 3위 (1위 두산 베어스) 98만2962명 4위 (1위 LG 100만0400명)
2020년 SK 9위 (1위 NC 다이노스) 코로나로 거의 무관중 경기
2021년 SSG 6위 (1위 kt 위즈) 코로나로 거의 무관중 경기
2022년 SSG 1위 98만1546명으로 1위
*1986년 빙그레 이글스 합류로 7개구단 체제,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 합류로 8개구단 체제, 2013년 NC 다이노스 합류로 9개구단 체제, 2015년 kt 위즈 합류로 10개구단 체재
#2002년부터 2만3000석의 새구장인 인천문학구장 이용으로 관중 급증(이전 1만2000석 도원구장)
su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