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선수 때 처음 유니폼 입은 기분이다.”
가수 겸 배우 유이의 아버지로 잘 알려진 김성갑(60) 코치가 32년 만에 ‘친정팀’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달 31일 한화 잔류군 총괄 코치로 선임돼 서산에서 선수들을 지도 중이다. 지난 2018년 SK(현 SSG) 수석코치로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사임한 지 4년 만에 현장 복귀.
김성갑 코치에게 한화는 친정팀이다. 지난 1985년 삼성에 입단한 뒤 이듬해 신생팀 빙그레로 트레이드됐고, 1990년까지 5년간 주전 3루수로 뛰었다. 특히 1987년 10월4일 대전 청보전부터 1988년 7월20일 대전 OB전까지 KBO리그 역대 3루수 역대 최다 69경기 연속 무실책 기록도 갖고 있다. 창단 첫 해 꼴찌를 시작으로 1989년 정규리그 1위까지 빙그레의 성장 과정을 함께했다. 빙그레에서 뛸 때 둘째 딸 유이가 태어나기도 했다. 본명은 유진이다.
1991년 시즌을 앞두고 태평양으로 트레이드된 뒤 1995년을 끝으로 선수를 은퇴한 김 코치는 이후 현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현대와 히어로즈에서 20년간 1~2군 수비코치, 1군 수석코치, 감독대행, 2군 감독을 거쳐 2016년부터 3년간 SK에서 수석코치를 지냈다. 이후 4년간 휴식기를 보내다 한화의 부름을 받았다. 히어로즈와 SK 시절 함께한 손혁 한화 단장이 경험 풍부한 코치진 구성을 위해 김 코치를 모셔왔다.
서산에서 선수들을 열혈 지도 중인 김 코치는 “오랫동안 프로에 선수와 지도자로 있었는데 4년이란 긴 시간을 쉬었다. 다시 이렇게 프로에 오니 신인 선수 때 처음 유니폼을 입은 기분이다. 살아있음을 느낀다. 좋은 기회를 준 박찬혁 대표이사님, 손혁 단장님에게 감사하다. 감사한 만큼 꼭 보답하고 싶다. 좋은 선수들을 만들어 1군에 보내야 하는 책임감도 크게 느낀다”면서 “쉬는 동안 옆에서 많이 챙겨준 집사람한테도 참 고맙다. 결혼 40주년에 이런 기회가 와서 집사람과 딸 아이들 다 좋아한다. 딸들도 잘 지내고 있고, 나도 다시 유니폼을 입었으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며 활짝 웃었다.
현장 복귀도 기쁜데 그 팀이 한화라서 더 감회가 새롭다. 김 코치는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고향팀에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글스를 떠난 지 오래 됐지만 낯설지는 않다”며 “아직도 빙그레 시절 첫 해가 생생히 기억난다. 개막전에 장명부 선배가 선발로 나갔는데 졌다. 전기리그 때 12승42패를 했다. 지금도 그 숫자가 잊혀지지 않는다. 투수 이상군, 한희민이 고생을 많이 했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힘들었는데 다음해부터 이정훈, 장종훈, 강석천, 송진우 등 좋은 선수들이 들어와 빙그레가 강해졌다”고 추억을 떠올렸다.
지금 한화도 그때 빙그레처럼 고난과 시련을 딛고 일어서야 할 때가 됐다. 선수 시절 그 과정을 몸소 체험했고, 현대·히어로즈·SK에서 코치로 5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김 코치의 관록이 필요하다. 한화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치들도 젊은 편인데 베테랑 김 코치에게서 지도자 육성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김 코치는 “몸부터 만들어져야 기본기를 다지고,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 몸이 안 되고 체력이 없으면 안 된다. 잔류군에서 육성해야 할 선수들은 당장 경기가 급한 게 아니기 때문에 체력과 기본기를 다지는 데 집중할 것이다. 연습량을 많이 가져가 어려운 상황에도 자연스럽게 대처할 수 있을 만큼 몸으로 습득할 수 있게끔 하겠다”며 “그렇게 하기 위해선 코치부터 먼저 몸을 만들어야 한다. 나도 웨이트를 하고, 그 다음날 유산소 운동으로 매일 움직이며 몸을 만든다. 코치가 부지런하고 건강해야 선수들도 밝게 훈련에 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김 코치는 60세 나이라곤 믿기지 않는 터질 듯한 상체 근육을 자랑한다.
기본기 훈련도 지루하게 반복하진 않는다. 김 코치는 “선수들에게 다양한 영상과 그림으로 시각 자료도 보여주려 한다. 요즘은 말로만 하는 시대가 아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선 매일 카메라로 찍어 담아둔 뒤 나중에 비교 영상으로 포인트를 잡을 수 있다”며 “선수들은 재미가 없으면 필드에 나오기 싫어한다. 내일은 어떤 연습을 할지 궁금해하고 기대할 수 있게, 지루하지 않는 훈련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접목시킬 것이다”고 밝혔다.
김 코치는 한화의 미래도 무척 밝게 보고 있다.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가장 큰 팀이라고 생각한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하는데 몇 년간 좋은 투수 유망주들을 많이 확보해 놓았다. 투수가 안정되면 나머지가 쉬워질 수 있다”고 말한 김 코치는 “야수 쪽에서 투수들을 뒷받침하는 자원들을 잘 키워내면 한화도 두산처럼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나가는 강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만큼 우리 코칭스태프들도 노력해야 한다. 최원호 퓨처스 감독도 현대 선수 시절부터 보면서 호감을 가졌는데 깨어있고, 공부하는 지도자다. 육성 총괄로서 내 보직에 맞게 최 감독을 도와 한화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