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73세의 늦은 나이에 월드시리즈 우승의 한을 푼 더스티 베이커 감독이 내년에도 휴스턴 애스트로스 지휘봉을 잡는다.
미국 ‘USA 투데이 스포츠’ 밥 나이팅게일 기자는 9일(이하 한국시간) 짐 크레인 휴스턴 구단주가 지난 8일 베이커 감독, 제임스 클릭 단장과 대화를 나눴으며 조만간 연장 계약을 공식화할 것이라고 알렸다. 베이커 감독도 ‘폭스26 휴스턴’을 통해 “내년에 돌아온다. 아직 처리할 게 남아있는데 간단한 것이다”며 재계약을 확인했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맞춘 뒤 공식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베이커 감독은 지난해 월드시리즈 준우승 이후 휴스턴과 1년 연장 계약을 맺었다. 만 73세의 고령으로 인해 올 시즌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난 6일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휴스턴이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꺾고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정상에 오르면서 우승의 한을 푼 베이커 감독이 아름다운 은퇴를 선택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내년에도 현역 감독 생활을 이어간다.
구단주의 지지가 절대적이었다. 크레인 구단주는 월드시리즈 우승 확정 후 “우리는 경험 많은 감독이 필요했고, 베이커가 그 역할을 아주 잘해줬다. (2017년) 사인 훔치기 사건은 잊혀지지 않겠지만 이번 우승으로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좋은 팀인지 증명해냈다. 베이커가 우리를 수렁에서 구했다. 우리가 있어야 할 곳으로 데려가줬다. 베이커가 있어 행복하다”며 고마움을 표한 바 있다.
지난 1993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메이저리그 사령탑 커리어를 시작한 베이커 감독은 시카고 컵스, 신시내티 레즈, 워싱턴 내셔널스를 거쳐 2020년부터 휴스턴을 맡았다. 각기 다른 5개팀을 모두 가을야구로 이끈 메이저리그 역대 유일한 감독으로 통산 3884경기에서 2093승1790패1무(승률 .539)를 거뒀다. 2093승은 역대 감독 통산 9위 기록.
올해의 감독상도 3번이나 받은 베이커 감독은 올 시즌에 앞서 24시즌 동안 9번의 지구 우승 포함 12번이나 포스트시즌에 나갔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올해 휴스턴에서 만 73세의 나이에 무관의 한을 풀었다. 북미 4대 프로스포츠 통틀어 역대 최고령 우승 감독이 되며 명실상부한 명장 반열에 올랐다.
우승 후 베이커 감독은 “그동안 월드시리즈 우승에 대해 많이 생각했지만 연연하지 않으려 했다. 믿음과 인내심을 가지려 노력했다. 나의 이런 인내심과 성격이 많은 젊은 이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며 “우승해서 매우 행복하지만 안도감은 없다. 순수한 기쁨과 감사한 마음뿐이다. 훌륭한 도시, 조직, 팬과 선수들과 함께한 덕분이다. 우리 선수들은 이기는 법을 안다. 자신들의 야구에 자신감이 있고, 일관성이 유지했다”고 선수들에게 고마워했다.
베이커 감독이 내년에도 지휘봉을 잡게 됨에 따라 메이저리그 현역 최고령 감독이 됐다. 올해 만 78세로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이끈 토니 라루사 감독이 건강 문제로 시즌 막판 자리를 비운 뒤 사임하면서 베이커 감독이 최고령 타이틀을 넘겨받았다. 브라이언 스닛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감독, 브루스 보치 텍사스 레인저스 감독이 1955년생 만 67세로 뒤를 잇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