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타를 이겨야 돈을 번다".
2015년 대졸투수로 입단해 2019년부터 1군에 자리잡았지만 필승맨은 아니었다. 2022시즌이 되자 꽃을 피웠다. 왼손 타자만 상대하지 않았다. 우타자들이 나와도 1이닝씩 던지는 어엿한 필승맨으로 올라섰다. 8월에는 필승조 3명(전상현, 장현식, 정해영)이 부상으로 빠지자 마무리 투수 노릇을 했다.
7~8월은 0점대 평균자책점을 자랑했다. 무적의 투수였다. 그러다 9~10월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최종성적은 75경기에 출전해 1승1패1세이브17홀드, 평균자책점 2.91를 기록했다. 실가동 5년째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좌완 이준영(30)은 KIA의 2022 히트상품이었고 5강의 동력이었다.
지난 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이준영은 "전반기에는 뒤의 투수들이 좀 많이 도와주어 방어율도 좋았다. 후반기에는 상현, 현식, 해영이 빠지다보니 당연히 내가 던져야 하는 것으로 알고 집중도 많이 했고 기회를 잡으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까 좋은 성적이 나왔던 것 같다. 9~10월이 안좋아 80점 주고 싶다"고 시즌을 자평했다.
좋아진 비결은 있었다. 자신감을 갖고 슬라이더를 강하게 던진 것이다. 그는 떨어지는 각도와 구속이 다른 슬라이더를 던진다. 슬라이더 구속은 127~128km(카운트용)에서 133~135km(결정구)까지 차이를 두었다. 낮게 볼로 던져 헛스윙을 유도하는 등 제구가 좋다. 평균 스피드도 141~142km, 최고 147km까지 직구도 빨라진 점도 통했다.
"기술적으로 변화를 준 것은 없다. 자신있게 던지니까 슬라이더의 스피드와 각이 확실히 좋아졌다. 그전에는 너무 소극적이었고 결과가 잘 안 나왔었다. 이제는 어차피 던져야 되니 자신 있게 하자는 생각이 컸다. 분석팀에서도 볼도 빨라지고, 회전수와 궤적이 더 좋아졌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고 말했다.
특히 서재응 투수 코치의 조언도 컸다. "그전에는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만 던지는 정도였다. 지금은 바뀌었다. 서재응 코치님이 스트라이크만 던지지 말고 바닥에 던지는 연습을 하라고 하셨다. 자꾸 스트라이크만 던지면 직구 타이밍에 맞았다. 강하게 낮게 던지면서 성적도 나왔다. 7~8월부터 자신감 생겼다"고 덧붙였다.
아쉬움은 9~10월의 부진이었다. 평균자책점이 9점이 넘었다. 잘 던지다가 한번에 무너지는 경기들이 나왔다. "못한 이유는 체력 문제도 있지만 욕심이 생겼다. 7~8월과 똑같이 했으면 됐는데 너무 좋았으니까 더 잘하려다보니 힘이 들어 갔고 과부하가 걸렸다"고 설명했다.
보완점은 우타자를 확실하게 제압하는 것이다. 올해 좌타자 피안타율은 2할2푼2리, 우타자는 2할8푼3리로 높다. "좌타자는 누가 나와도 자신있다. 내가 좌타자를 이겨야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이어 "우타자에게는 코스 설정과 제구가 확실해야 한다. 슬라이더를 더 보완하고 투심과 체인지업도 던져보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숙제를 설정했다.
우타 사냥을 위한 비시즌 훈련계획도 세웠다. "순발력 운동과 힘을 키우는 웨이트를 중점적으로 해야 한다. 올해도 공을 좀 많이 던지고 시즌에 들어갔다. 야수들이 실내에서 방망이 칠때 배팅볼을 많이 던져주었다. 이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 내년에도 많이 던지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팬들께서 그 전보다는 좀 많이 알아보는 것 같았다. 식당을 가면 이준영이 아니냐고 물어보셨다. 기분이 좋았다. 내년에도 준비잘해서 안 다치고 또 풀 타임으로 올해처럼 경에 많이 나가고 싶다. 2점대 방어율과 20홀드가 목표이다. 팀을 위해 게임 많이 나가고 최대한 점수 안주면 좋은 결과가 따를 것이다"고 약속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