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격수의 실책 이후 끝내기 허용. 키움의 한국시리즈(KS) 악몽이 또 다시 반복됐다.
키움은 지난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벌어진 SSG와의 KS 5차전에서 SSG에 충격의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4-0으로 앞선 8회 1사에서 최지훈의 땅볼 타구를 유격수 신준우가 잡았다 떨어뜨린 실책이 발단이었다. 실책 이후 최정의 투런 홈런이 터지며 4-2로 추격당했다.
이어 9회 마무리를 위해 올라온 최원태가 박성한에게 볼넷, 최주환에게 안타를 맞은 뒤 김강민에게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허용했다. 4-5 역전패를 당한 키움은 시리즈 전적 2승3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
이날 김강민의 끝내기 홈런은 KS 역대 11번째 끝내기 안타. 삼성이 3번, 태평양·LG·두산·SK가 1번씩 허용한 가운데 키움이 가장 많은 4번의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최근 4번의 KS 끝내기 안타 모두 키움이 내준 것. 이날 신준우처럼 실책이 늘 끝내기 전조 현상이었다.
넥센 시절인 지난 2014년 11월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KS 5차전이 그 시작이었다. 당시 1-0으로 앞선 9회 1사에서 야마이코 나바로의 평범한 땅볼을 유격수 강정호가 다리 사이로 빠뜨리는 ‘알까기’ 실책을 범했다. 채태인의 안타로 이어진 1사 1,3루에서 최형우가 손승락에게 우익선상 빠지는 2타점 2루타를 터뜨려 삼성의 2-1 끝내기 역전승을 이끌었다. 5차전 끝내기 충격 속에 6차전도 패한 넥센은 2승4패로 준우승에 만족했다.
이어 2019년 10월 22~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KS에서도 1~2차전도 모두 끝내기 안타를 허용했다. 1차전에서 6-6 동점으로 맞선 9회 유격수 김하성이 박건우의 평범한 팝플라이를 뒷걸음질치다 놓치면서 끝내기 주자가 나갔다. 정수빈의 번트 안타와 김재환의 볼넷으로 계속된 1사 만루에서 오재일이 오주원에게 끝내기 안타를 쳤다.
다음날 2차전도 실책이 화근이었다. 5-2로 앞선 8회 1사 1,2루에서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병살타 코스의 땅볼 타구를 2루수 김혜성이 뒤로 빠뜨리면서 1점을 내줬다. 결국 9회 안타 4개를 맞고 3실점하면서 5-6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9회 1사 2루에서 한현희가 박건우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1~2차전 끝내기 충격을 극복하지 못한 키움은 3~4차전까지 지며 4전 전패 준우승.
창단 후 3번째 KS인 올해도 끝내기 패배를 피하지 못했다. 모두 경기 후반 실책이 도화선이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5차전 경기 후 신준우의 실책에 대해 “타구 자체가 어려웠다. 최정의 홈런으로 연결됐지만 신준우의 실책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진 않다”며 끝내기 홈런을 맞은 최원태에 대해서도 “덕분에 지금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최선의 선택이었고, 후회는 없다”고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까지 역대 KS에서 끝내기 안타, 볼넷, 희생플라이로 패한 팀은 2014년 넥센, 2019년 키움 포함 모두 13개 팀이 있었다. 그 중 12개 팀이 우승에 실패했다. 큰 경기에서 끝내기 패배의 후유증을 극복하는 게 쉽지 않았다. 유일하게 끝내기 패배를 하고도 우승한 팀은 2004년 현대. 그해 KS 6차전에서 9회 삼성 맨디 로페즈에게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하면서 0-1로 졌지만 시리즈 전적 4승2패3무로 우승했다. 키움이 바라는 유일한 시나리오. 확률 7.7%의 끝내기 패배 후 우승에 도전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