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2년차 좌완 영건 김기중(20)은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U-23 야구 월드컵에서 핵심 투수로 활약했다. 오프닝라운드 쿠바전에서 구원 1이닝 무실점으로 시작한 뒤 호주전도 두 번째 투수로 나서 4이닝 2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승리를 따냈다. 186cm 큰 키로 높은 타점에서 내리 꽂는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가 위력을 떨쳤다.
그로부터 3일을 쉬고 슈퍼라운드 일본전 선발로 출격했다. 4이닝 5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했지만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패전을 안았다. 다시 일본을 만난 결승전에서 김기중은 하루만 쉬고 불펜 대기까지 했지만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고, 한국은 대회 7승2패 호성적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모두 지면서 준우승에 만족했다.
대회 3경기에서 김기중은 9이닝 7피안타 4볼넷 10탈삼진 1실점으로 활약하며 잃어버린 자신감을 찾았다. 그는 “진짜 좋은 경험이었다. 살면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을 기회가 많지 않은데 좋은 기회가 와서 영광이었다. 처음에는 떨렸는데 호주전부터 자신감이 생겼다. 변화구도 잘 들어가고, 볼에 자신감이 생겼다. 다른 생각하지 않고 포수 (손)성빈이만 보고 던졌다”고 돌아봤다.
일본전 선발에 대해 “원래는 그 다음날 콜롬비아전에 던지기로 했는데 (이연수) 감독님이 일본전 선발로 생각 중이라며 3일 휴식도 괜찮은지 물어보셨다. 호주전에 워낙 좋아 던지겠다고 말씀드렸다”며 “한일전은 뭔가 다르더라. 국가대표로서 일본에 진 것이 분했다. 결승전에도 캐치볼을 하고 몸까지 풀었는데 아쉬웠다”고 말했다.
유신고를 졸업하고 지난해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김기중은 팀의 핵심 유망주다. 지난해 1군 15경기(12선발)에서 53⅔이닝을 던지며 2승4패 평균자책점 4.70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올해는 캠프에서 4~5선발 후보로 기대를 모았지만 시범경기 때 페이스가 꺾였고, 1군에선 5경기(12이닝) 2패 평균자책점 6.00으로 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2군 퓨처스리그에선 14경기 모두 선발등판, 68⅔이닝 4승1패 평균자책점 3.54 탈삼진 55개로 준수한 성적을 내면서 U-23 대표팀에도 발탁됐다. 올해 1군에서 선발 기회를 얻은 한화 국내 투수 11명 중 유일한 왼손으로 팀 내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유망주이지만 1군에서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스스로에게 크다.
김기중은 “퓨처스 성적이 좋았다고 해도 프로 선수라면 모두가 1군에서 뛰는 게 목적이다. 작년에 비해 1군에서 보여준 게 없어 아쉬웠다.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작년에 좋았을 때 구속이나 밸런스가 올해는 1~2경기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 감을 찾기 위해 훈련량도 늘리고, 좋아질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조금은 위축돼 있던 시점에서 U-23 야구 월드컵이 좋은 계기가 됐다. 대회에서 잠재력을 뽐내며 자신감도 찾았다. 김기중은 “내년에는 개막 엔트리부터 들어가는 게 목표”라며 “그동안 계속 선발로 던졌기 때문에 당연히 선발 자리에 욕심이 있다. 마무리캠프부터 비시즌까지 준비 잘해서 내년에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