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감독 재계약 발표가 힘이 됐을까. 정규 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한 SSG 랜더스가 한국시리즈 우승에 1승 남겨뒀다.
7일 SSG와 키움의 한국시리즈 5차전이 열린 SSG랜더스필드. 오후 4시쯤 정용진 SSG 랜더스 구단주가 일찌감치 야구장에 도착했다. 이유가 있었다.
SSG 구단은 5차전 시작 1시간을 앞두고 김원형 감독 재계약 방침을 전격 발표했다. 그런데 계약 기간이나 금액 등 구체적인 조건은 한국시리즈 종료 이후에 협의한다고 밝혔다.
이례적이었다. 한국시리즈 도중에 감독 재계약 발표라니. 사연이 있었다.
류선규 SSG 단장은 "야구계가 지금 어수선해서 현장의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지금 발표했다. 우승 못하면 감독이 바뀐다는 소문이 있어 영향을 줄까봐 감독님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감독님이 안팎으로 불안해보였다"고 설명했다.
정규 시즌 2위로 이끈 류지현 LG 감독이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후 재계약에 실패했다. SSG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하지 못하면 김원형 감독의 재계약도 위험하다는 루머가 떠돌았다.
한국시리즈가 2승2패로 팽팽한데다, 외부 루머로 팀 분위기가 어수선하자 전격 재계약을 발표했다. SSG 구단 프런트는 이날 오후 정용진 구단주에게 최종 재가를 받았다. 류 단장은 "정규 시즌이 끝나고 내부적으로 감독님 재계약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김원형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깜짝 발표는 오히려 선수단에게 부담이 됐을까. SSG는 선발 투수로 등판한 에이스 김광현이 1회부터 2점을 허용하며 끌려갔다. 김광현은 2회에도 추가 1실점했고, 5회까지만 던지고 교체됐다.
타선은 키움 선발 안우진의 괴력투에 압도당했다. 4회까지는 노히트였다. 5회 1사 1,3루 찬스에서 병살타, 6회 1사 1,2루와 2사 만루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그러나 마치 역전 드라마의 극적 효과를 최대화 하기 위한 시나리오였다. SSG는 8회 1사 후 상대 유격수 실책으로 최지훈이 출루했고, 곧이어 최정이 키움 좌완 김재웅 상대로 투런 홈런을 때려 4-2로 추격했다.
그리고 9회 박성한의 볼넷, 최주환의 우전 안타로 무사 1,3루가 됐다. 대타 김강민이 들어섰다. 1차전 9회말 동점 홈런을 때렸던 김강민은 그때와 같은 코스로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SSG 선수단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SSG는 이제 남은 6~7차전을 1승만 하면 통합 우승을 차지한다. 감독의 재계약 발표로 힘을 얻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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