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는 안방마님이다. 홈을 차고 앉아 그라운드 위 전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며 수비의 흐름을 통솔한다. 포수는 ‘수비형’이라는 평가만으로 충분히 제 몫을 하는 자리다. 그런 안방마님이 공격에서도 펄펄 난다면? 그것도 단기전인 포스트시즌에서?
2022시즌 포스트시즌에도 ‘안방’을 뛰쳐나가는 마님이 눈에 띈다. 키움 히어로즈 베테랑 포수 이지영(36)이다.
이지영은 포스트시즌 13경기를 연속 주전으로 출장하고 있다. 13경기는 팀의 경기수와 같다. 준플레이오프 5경기, 플레이오프 4경기, 그리고 한국시리즈 4경기의 안방살림을 이지영이 도맡고 있다.
단지 안방 살림만 잘 하는 게 아니다.
이지영은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타율 5할(10타수 5안타) 2타점 볼넷 5개, 출루율 .667, OPS 1.167을 기록 중이다. 볼넷 5개는 4차전까지 양 팀 타자들 중에서 SSG 최정과 함께 가장 많은 숫자다. 타율은 최정(.571)에 이어 양 팀 타자들 중에서 2위다. 이정후, 푸이그 등 주축 타자들 못지 않은 공격성이다.
포스트 시즌에서 포수가 주연이 된 사례는 많다. 그랬던 대부분의 팀은 한국시리즈 우승컵도 안았다는 게 흥미롭다.
최근의 두드러진 사례로는 열이면 열, 양의지를 꼽는다.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던 2016년 한국시리즈와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었던 2020년 한국시리즈에서 양의지는 모두 MVP가 됐다. 소속 팀이 모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기에 가능한 훈장이다.
좀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2001년과 2015년 두산 베이스 우승에 기여했던 홍성흔이 있고, 2002년 이후 삼성 라이온즈를 7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진갑용이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현대 유니콘스가 전성기를 구가한 배경에는 박경완이라는 걸출한 안방마님이 있었다.
가장 최근의 2020년 한국시리즈는 숫제 ‘양의지 시리즈’로 불렸다.
125억 원의 몸값을 받고 유니폼을 갈아입은 양의지가 2년 만에 일궈낸 우승이기 때문이다. 수비에선 전도유망한 투수들을 이끄는 안방 마님으로, 공격에선 중심타자로 1인 2역을 했다.
이지영이 포스트시즌에서 크게 돋보인다면, 양의지는 정규리그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시즌 내내 공수의 중심이었다. 그해 정규리그에서 양의지는 130경기 출장해 타율 3할2푼8리(461타수 151안타) 33홈런 124타점 OPS 1.003의 특급 성적을 남겼다.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는 타율 3할1푼8리(22타수 7안타) 1홈런 3타점으로 활약했다. 4차전 결승타, 5차전 쐐기 투런포 등 시리즈 터닝포인트의 중심에 서 있었다. 1승2패로 뒤지고 있던 시리즈도 양의지의 활약과 함께 반전을 시킬 수 있었다. 공수에서 맹활약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했다.
이지영을 ‘정규 리그 3할타자’ 양의지와 바로 연결시키는 데는 무리가 있지만 포스트시즌의 단기전만을 놓고 보면 양의지를 소환하는 게 그리 억지스럽지는 않다. 더구나 이지영에게는 흥미로운 FA 계약 상황이 있다.
이지영은 2019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어 3년 총액 18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3억원, 옵션 최대 6억원)에 계약했다. 올해가 3년 계약 마지막 해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