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향후 10년간 포수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삼성 라이온즈는 10개 구단 가운데 포수 자원이 가장 풍부하다. 국가대표 출신 강민호를 중심으로 김태군과 김재성이 지키는 안방은 빈 틈이 보이지 않는다. 이들뿐만 아니다. 4년 차 예비역 포수 이병헌도 퓨처스리그에서 주전 마스크를 쓰며 한 단계 성장했다.
9월 확대 엔트리 시행 이후 1군의 부름을 받아 3경기에 출장해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을 올렸다. 지난달 7일 잠실 두산전에서 데뷔 첫 선발 마스크를 쓰며 524일 만에 선발 마운드에서 오른 김윤수의 4⅓이닝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을 이끌었다.
박진만 감독은 이병헌을 두고 “퓨처스에서 꾸준히 경기에 출장했고 수비 측면에서 경험을 많이 쌓으며 좋아졌다. 평소 연구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평소에 책도 많이 읽는 편”이라고 말했다.
데뷔 첫 선발 출장 기회를 얻은 날 상대 타자의 배트에 미트를 낀 손을 맞아 왼손 검지에 실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다. 그는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경산 볼파크에서 착실히 몸을 만들고 있다.
이병헌에게 손가락 상태를 묻자 “거의 다 나았다. 많이 좋아졌는데 병원 검진을 통해 별 문제가 없다면 기술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당시 부러진 지 몰랐다. 경기 중 부상을 당했지만 심리적으로 부담 같은 건 없다. 처음 공잡을 때 약간 불편할 뿐 크게 문제 될 건 없다”고 대답햇다.
데뷔 첫 1군 무대를 경험하는 등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낸 그는 “뿌듯했다. 제가 어릴 적부터 꿈꾸던 무대에서 뛰어보고 일원이 될 수 있어 영광이었고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포수 입장에서 가장 까다로운 타자가 누구일까. 이병헌은 “특정 선수보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랐다. 퓨처스와 달리 유인구에도 잘 속지 않았고 헛스윙이 되겠다 싶었는데 파울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확실히 수준 차이가 있다는 걸 느꼈다”고 밝혔다.
마무리 캠프에 참가하지 못한 아쉬움도 클 듯. 이에 “올해 함께 했던 동료들과 땀 흘리면서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서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뛰어난 송구 능력은 이병헌은 장점 중 하나. “도루를 저지할 때 쾌감을 느낀다. 공을 던질 때 ‘아웃시킬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 때 기분 좋다. 포수로서 상대 타자의 삼진을 유도할 때 진짜 짜릿하다”.
데뷔 첫 1군 무대를 밟는 등 좋은 기억을 안고 있지만 현재 모습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이병헌은 “공격에서는 볼넷을 늘리고 삼진을 줄이고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만들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포수도 타자니까 잘 쳐야 팀이 이길 수 있다. 포수로서 수비는 당연히 완벽해야 한다. 공수 모두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으로 한 시즌을 길게 소화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걸 느꼈다. 웨이트 트레이닝 등 체력 보강에 신경 많이 쓰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병헌은 또 “감독님께서 기회를 많이 주신 덕분에 경기에 자주 나갈 수 있었다. 채상병 코치님과 이정식 코치님께서 잘 가르쳐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병헌의 취미는 독서다. 일반 소설을 비롯해 경제 및 경영, 자기 계발, 외국인, 심리 관련 등 다양한 장르를 선호한다. 그는 “대형 서점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사서 본다”고 말했다. 또 “책을 많이 잃으면서 제가 받아들일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심리적인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틈틈이 영어 공부를 하는 그는 데이비드 뷰캐넌, 알버트 수아레즈, 호세 피렐라 등 외국인 선수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그는 “외국인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으니 1군에 있을 때 좋은 기회다 싶어 이야기를 많이 나누려고 했었다. 자라온 환경도 다르니 저와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해주는 부분도 엄청 도움됐다”고 밝혔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