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구본능 구단주대행의 선택은 염경엽이었다. 가장 유력하다고 전해진 선동열은 외면 받았다.
LG는 지난 6일 류지현 감독의 후임으로 염경엽 감독을 선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3년 총액 21억원(인센티브 3억원 포함)의 최고 대우였다.
앞서 4일 LG 구단이 류지현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후 유력 후보로 점쳐졌던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낙마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했던 LG는 플레이오프에서 키움에 1승 3패로 탈락했다. 올해 87승 2무 55패(승률 .613), LG 구단 역대 최다승 기록을 세우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LG는 한국시리즈에는 진출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2002년 이후 20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기회마저 무산됐다.
탈락 이후 류지현 감독의 재계약 여부 및 차기 감독 선임은 구본능 구단주대행의 손에서 결정됐다. 차명석 단장은 류지현 감독과 재계약 방안 및 감독 후보군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른 보고서를 김인석 LG스포츠 대표이사에게 제출한 뒤 선정 과정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석 대표이사는 구본능 구단주대행의 재가를 기다렸다. 플레이오프 탈락 일주일 만에 류지현 감독 재계약 불가가 결정됐다.
정규 시즌 2위 감독, 최근 2년간 승률 1위 감독과 결별하면서 LG는 우승 청부사를 영입하는 수순이었다. 선동열 카드가 급부상했다. 선동열 전 감독은 예정된 해외 일정을 취소하고 국내에서 기다린다는 루머도 돌았다. 하지만 구본능 구단주대행의 마음은 변했다.
LG 소식을 잘 아는 관계자는 “류지현 감독 재계약 불발 이후에 LG 차기 감독으로 선동열 감독이 유력하다는 기사들이 쏟아지면서 오히려 구단주 대행이 부담감을 느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언론 보도로 선동열 전 감독으로 관심이 집중되면서, 구본능 구단주 대행과 선동열 전 감독의 친분 관계가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
구본능 구단주대행이 KBO 총재 시절, 선동열은 대표팀 코칭스태프, 감독을 지냈다. 2018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이후 난데없이 정치권에서 선수 선발 과정을 문제 삼아 당시 구본능 KBO 총재와 선동열 국가대표팀 감독은 국정감사에 소환되기도 했다.
구본능 구단주대행의 최종 결심은 염경엽 감독으로 방향을 틀었다. 구단주대행의 낙점을 전달받은 LG 프런트는 4일 염경엽 감독에게 연락했고, 5일 저녁 김인석 대표이사와 염경엽 감독이 만나서 서로 조건을 주고 받으며 계약했다.
앞서 정규 시즌이 끝나고 차명석 단장은 염경엽 해설위원에게 2군 총괄 코디네이터를 제안했다. 육성시스템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자는 계획. 염경엽 해설위원은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모 언론에서는 2일 ‘구본능 구단주대행, LG 차기 사령탑 염경엽 해설위원 선택’이라고 보도했다가 몇 시간 뒤 바로잡았다.
결국 여론의 추이를 지켜본 구본능 구단주대행은 염경엽 해설위원에게 1군 감독을 맡기는 것을 선택했다. LG 관계자는 "보도 당시에는 감독 제안은 없었다. 4일 결정됐다"고 전했다.
염경엽 감독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LG에서 프런트와 코치를 지낸 경험도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은 없지만, 넥센에서 지도력을 발휘했고 SK에서도 감독을 지냈다. 2014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경력이 있다.
LG 구단은 감독 선임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프런트와 현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염경엽 감독이 구단의 궁극적 목표와 미래 방향성을 추구하기에 적임자라고 판단하여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전했다.
염경엽 감독은 3년 계약 내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뤄내야 한다. 당장 내년에 2위보다 낮은 성적을 기록한다면 비난 여론에 맞닥뜨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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