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에 인생을 걸었다.
KIA 타이거즈는 2021시즌이 끝나자마자 맷 윌리엄스 감독을 계약기간 1년을 남기고 경질했다. 창단 첫 9위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대표이사와 단장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장 차기 사령탑 선임이 화두로 떠올랐다.
그런데 달포가 지나도록 감감 무속이었다. 이례적이었다. 보통 시즌 종료와 함께 1주일이면 새로운 지도체제가 들어선다. 시간이 흘러가고 하마평만 무성했다. 이유가 있었다. 그룹차원에서 새 감독과 단장을 두고 후보군을 추려 인터뷰를 진행했던 것이다.
염경엽 전 SK 감독도 후보군에 들어 인터뷰를 했다. 감독과 단장 후보 둘 다였다. 당시 인터뷰에 나섰던 이들은 자신이 감독후보인지 단장후보인지 몰랐다고 전했다. 염경엽 감독은 인터뷰 자리에서 자신의 야구관과 팀의 방향성을 설파했다.
넥센 감독으로 한국시리즈 포함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SK에서는 단장으로 우승의 공헌했고, 감독으로는 리그 2위의 성적을 올린 실적이 있었다. 현대와 LG에서는 운영팀장과 스카우트 팀장 등 프런트 경험까지 갖췄다.
풍부한 경험, 명석한 두뇌와 해박한 야구지식과 확고한 철학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과는 감독도 단장으로 낙점을 받지 못했다. KIA 구단의 최종 발표는 장정석 단장에 이어 원클럽맨 김종국 감독이었다.
당시 염 감독은 크게 개의치 않으면서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면서도 "단장 보다는 감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유는 첫 우승에 향한 일념이었다. 하위팀 넥센을 우승 전력으로 끌어올렸으나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게 패했다. 우승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더욱이 SK 감독으로는 2019시즌 정규시즌 1위를 지키다 역전을 당했다. 누구보다 자존심 강한지라 우승에 대한 한이 깊다. 염 감독은 두 번의 정상 정복 실패에서 방심과 자만은 절대 금물이라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언제나 주변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마침내 기회가 왔다. LG는 6일 염경엽 감독과 3년 21억 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LG는 지난 1994년 이후 28년 동안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 우승에 한이 맺힌 구단과 감독이 만났다. 염 감독에게는 야구인생을 내건 도전이다. 그의 SNS에는 '초심'이라는 말이 올라있다. 초심으로 꿈을 이룰 것인지 주목된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