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유격수 하주석, 2루수 정은원, 3루수 노시환, 1루수 김인환으로 내야 세팅이 완료된 팀이지만 2023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 순번에 내야수 2명을 연달아 뽑아 눈길을 끌었다.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천안 북일고 2루수 문현빈을 지명한 뒤 3라운드 전체 21순위로 장충고 유격수 이민준(18)의 이름을 불렀다. 먼 미래를 보거나 내야 뎁스 강화를 위해 뽑은 유망주들이 아니다. 주전 내야진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목적도 있다.
특히 한화 유격수는 하주석이 지난 2016년부터 7년간 주전 자리를 꽉 잡고 있다. 그러나 하주석이 다치거나 부진에 빠지면 대체할 만한 선수가 없어 늘 고민거리였다. 내년이면 하주석도 우리나이로 30대에 접어든다. 다음 유격수를 생각해야 할 시점에 이민준이 한화에 들어와 새로운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대전 마무리캠프에 참가 중인 이민준은 벌써부터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눈에 들었다. 수베로 감독은 “힘 있는 신인 야수들이 많이 들어왔다. 문현빈이 단연 돋보이는데 유격수 이민준도 굉장히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유격수라고 콕 집어 지칭한 것이 눈에 띈다.
캠프 합류 후 이민준은 유격수 자리에서 수비 훈련을 받고 있다. 하주석이 그 옆에서 함께한다. 이민준은 “잘하는 선배님들과 같이 훈련하다 보니 실력이 금방 늘 것 같다. 하주석 선배님에게 배우는 것이 많다. 프로는 타구 속도가 빠르니 그에 맞는 글러브 위치를 세세하게 알려주신다”며 고마워했다.
185cm 장신의 이민준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했다. 부모님이 야구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야구에 빠졌고, 처음 시작할 때 유격수 포지션을 맡아 지금까지 왔다. 유격수에 대한 애착이 크다. 그는 “처음부터 유격수였고, 앞으로도 계속 유격수를 하고 싶다. 유격수 수비에 자부심이 있었지만 프로에 오니 부족한 게 느껴진다. 선배님들이 잘하는 것을 보고 내 것으로 만드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수비만 된다고 주전 유격수가 될 순 없다. 이민준은 올해 고교야구 29경기에서 타율 3할5푼9리(92타수 33안타) 1홈런 14타점 18볼넷 19삼진 출루율 .512 장타율 .511 OPS 1.023으로 타격 능력을 보여줬다. 큰 키에 마른 체구인데 프로에서 근력을 키우고 힘이 붙으면 향후 중장거리 타자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
이민준은 “고교 때 체중이 적게 나갔고, 원하는 만큼 타구 비거리가 나오지 않았다. 원래 체중이 72~73kg이었는데 지금은 78kg까지 늘렸다. 하루에 4끼를 먹는다. 밥 많이 먹으면서 프로틴도 챙겨 먹는다. 웨이트도 중간에 계속 한다”며 “장타력도 중요하지만 정확성을 키우고 싶다. 상황에 따른 주루 플레이도 자신 있다”고 이야기했다.
서울 태생의 이민준은 두산을 좋아하는 부모님 밑에서 컸다. 그는 “LG팬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두산팬이었다. 두산 경기를 보다 보니 유격수로서 안정감 있고, 편안하게 수비하는 두산 김재호 선배님을 좋아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이제는 한화밖에 모른다. “한화는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빨리 지명해준 감사한 팀이다. 이제는 한화 이글스 하면 생각나는 선수가 되는 게 꿈이다. 한화가 우승할 때 주축 멤버로 떠오르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며 원대한 포부를 보인 이민준은 “마무리캠프에서 많이 배워 내년부터 1군에서 팬들께 얼굴을 보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