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감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투수 교체다. 결과가 나온 뒤 평가하기는 쉬워도 결정을 내리는 감독들의 순간 판단은 쉽지 않다. 큰 경기에서 투수 교체 타이밍을 잡기는 더 어렵다. 단기전 특성상 잠시라도 주저하는 사이 경기 흐름이 넘어간다.
김원형 SSG 감독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이런 고민의 순간과 마주했다. 2회까지 1실점으로 막던 선발 숀 모리만도가 3회 안타 5개를 맞고 순식간에 5실점하며 무너졌다. 키움 타자들은 직구, 변화구 가리지 않고 모리만도 공을 정타로 만들어내며 빅이닝을 완성했다.
SSG는 3회 5실점 충격을 극복하지 못한 채 4차전을 키움에 3-6으로 졌다. 모리만도가 2⅓이닝 9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6실점(5자책)으로 무너져 패전투수가 됐다. 시리즈는 2승2패, 다시 동률.
경기 후 김원형 감독은 “모리만도의 컨디션이 약간 좋지 않았다”며 “3점을 줄 때까지 모리만도를 믿는 상황이었다. (2루타를 맞은) 송성문은 막을 수 있겠다고 봤는데 내가 미흡했다”고 자책했다. 모리만도는 1차전 구원 1⅔이닝 39구 투구 후 3일 휴식을 갖고 4차전 선발로 나섰다. 3일 휴식 변수가 있었지만 김 감독은 “경기 전 불펜에서 던질 때 컨디션 문제는 없었다”고 답했다.
이날 모리만도의 갑작스런 난조는 플레이오프에서 LG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달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LG는 선발 아담 플럿코가 1⅔이닝 8피안타 1탈삼진 6실점(4자책)으로 뭇매를 맞았다. 2회에만 5실점 빅이닝을 허용하며 급작스럽게 강판됐다.
당시 류지현 LG 감독도 경기 후 “플럿코가 뜻하지 않게 조기 강판돼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갈 수밖에 없었다. 구위는 괜찮았는데 공이 몰렸는지 회전수 문제인지 체크해봐야 한다”며 “오늘이 4~5차전 상황이었다면 교체 판단을 했을 것이다. 오늘로 끝난 게 아니라 다음 등판도 생각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플럿코에게 다음 등판은 없었다. 1차전 승리 후 2차전을 맞이한 LG는 플럿코의 조기 강판 여파 속에 6-7로 졌다. 이어 3~4차전까지 키움에 내리 패했다. 한 번 내준 흐름을 되돌리지 못한 채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충격의 업셋을 당했다. 2년 계약이 만료된 류지현 감독도 지난 1994년 선수 때부터 29년 몸담은 LG를 떠나야 했다.
플럿코나 모리만도 모두 정규시즌에는 복덩이 외국인이었다. 플럿코는 15승과 함께 외국인 투수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2.39)을 기록했고, 후반기 합류한 모리만도도 7승1패 평균자책점 1.67로 대체 외국인 중 최고 성적을 냈다. 두 투수 다 시즌 때는 이렇게 일찍 무너진 적이 없었다. 감독들의 대처가 한 박자씩 늦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LG에 이어 SSG마저 이런 돌발 상황을 마주하게 한 키움 타선의 힘이 놀랍다. /waw@osen.co.kr